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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나른한 봄날의 불청객, 춘곤증

 

바야흐로 봄이다. 꽃을 시샘하는 겨울끝자락의 추위가 가끔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대지의 생동하는 기운을 막을 수는 없다. 봄을 발생지절(發生之節)이라 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만물이 소생하고 기가 샘솟는 계절이란 뜻이다. 동양의 오행사상으로 보면 봄은 목(木)의 기운이 왕성한 시기이다. 이는 흙을 뚫고 나오는 나무와 같이 솟아나고 뻗어나간다는 의미이다.

또 봄은 양의 기운이 왕성해지는 계절이다. 양이 왕성한 계절에는 모든 것이 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성장하고 발달하고 번식한다. 식물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동물은 활동영역을 넓히고 왕성하게 번식한다. 겨울잠을 자던 동물과 곤충들도 깨어나고 교미한다. 생명의 기운이 온누리에 퍼지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봄의 특성을 발진(發陳)이라 해 묵은 것을 밀어내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일으키는 때라고 말한다. 봄의 장기는 간(肝)이다. 간은 근육을 주관하며 감정적으로는 노(怒)의 감정과 관련돼 있다. 길어진 낮의 길이에 맞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며 근육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정서적으로는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야 한다. 이것이 봄에 건강을 지키는 선조들의 양생법이다.

문제는 우리 몸이 이러한 계절적 변화에 한치의 어긋남 없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원 A씨는 요즘 항상 노곤하고 식욕은 떨어지고 소화불량에 때로 현기증까지 느낀다. 업무효율이 떨어지고 매사에 의욕도 없고 무기력하기만 하다. 주부 B씨는 봄만 되면 기운이 없고 가슴이 뛰며 얼굴이 화끈거리는 갱년기 증상 비슷한 신체변화를 느낀다. 남편이 미워지고 때로 왜 사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겨울동안 운동을 하지 않고 실내에서만 머물렀던 사람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사람들에게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보통 춘곤증이라고 이름하는 이러한 증상들은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생체리듬의 변화에 기인한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몸의 신진대사가 활발해짐에 따라 오장육부는 더 많은 영양과 기운이 필요해지는데, 그것이 제때 충족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생리적인 변화가 춘곤증이다. 오장육부가 봄의 약동하는 기운을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봄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봄의 기운을 오롯이 담고 있는 냉이나 달래, 돌나물, 취나물, 쑥과 같은 봄나물은 양(陽)의 기운을 끌어올리고 그 쌉쌀한 맛으로 인해 인체의 기혈 순환을 촉진하고 노폐물 배출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과 무기질, 단백질과 철분의 함량도 높아 피로회복에 그만이다. 제철음식이 언제나 중요해도 봄만할 때가 없다.

춘곤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갖도록 노력하고 커피와 음주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가벼운 운동으로 신진대사의 활성화에 보조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고 언제나 마음의 안정이 중요하다. 춘곤증은 일시적인 생리현상이지만 피로가 장기간 지속되고 일상업무에 방해를 받을 정도가 되거나 체중변화, 식은 땀, 불면증과 같은 다른 증상들이 동반된다면 의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조화롭게 하고 비위의 정기를 강화하고 기혈의 순환을 잘 시켜주는 방향으로 침과 뜸을 이용해 치료를 한다. 부족한 양기와 진액 또는 오장육부 중 부족한 장기의 기운을 보하는 약물을 사용해 치료하기도 한다.

분명 춘곤증 자체는 병이 아니다. 하지만 심각해진 피로증상조차 춘곤증이라고 가볍게 보고 넘어가면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피로감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나 전에 느꼈던 것과는 분명 다르게 느껴질 때는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간염이나 지방간,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빈혈 등이 피로와 관계된 질병들이다.

/성성윤 인천 푸른솔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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