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스퍼트에 나선 와중에 종교계는 때아닌 종교인에 대한 과세문제로 시끄럽다. 아니 종교계뿐 아니라 그동안 공평한 세금부과를 외쳤던 여론도 고개를 돌려 이 문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최근 인터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종교인도 원칙적으로 세금을 내야한다는 발언이 기화점이다. 사실 종교인에 대한 면세조항이 법규에 마련된 것도 아니다. 그저 관례적으로 종교인에게 세금을 면제했을 뿐 그동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특히 표(票)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들이 종교인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세금부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선거철인 요즘도 보면 대형 교회나 사찰을 돌며 허리를 숙여 지지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게 현실이다.
물론 종교계 내부에서도 납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천주교의 경우 주교회의를 거쳐 지난 1994년부터 사제들이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또 소위 ‘개념 있는’ 목사들도 자신해 세금을 내고 있으며 불교계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조계종도 세금납부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사회 기득권세력으로 등장한 종교계 지도자들에 대한 불만여론이 종교인에 대한 과세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소위 사례비가 억대를 넘어 수십억원에 이르고 다른 종교계의 지도자들 역시 다양한 형태의 수입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형 종교시설은 아들이나 친인척에게 대물림되고, 교회와 사찰은 매매되는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은 종교인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수많은 혜택은 향유하고 있다. 일부 종교인들은 성직자들의 수입에 대한 과세를 신성모독이라고 대항하고 있지만 개신교를 연 칼빈은 모든 노동을 신성시하며 종교행위와 같은 반열에 놓고 있다. 다만 개신교 목사들의 80%는 생활비도 턱없이 모자라는 수입을 올린다는 통계가 있고, 소규모 사찰이나 기타 영세한 종교시설을 운영하는 종교인들도 마찬가지 형편이라고 하니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 또 정확한 세원발굴 차원에서 종교인들의 수입에 대한 세밀한 조사도 병행돼야 한다.
종교인에 대한 공정한 세금 과세가 이루어지면 종교시설을 통한 편법적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여기에 종교시설 내부에서 끊임없이 파생되는 재산을 둘러싼 싸움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