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의 환경시설사업 입찰이 뇌물비리로 뒤범벅됐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2010년 5월부터 2011년 말까지 활동한 환경공단 설계분과 심의위원 50명 중 절반에 가까운 23명이 1천만원에서 7천만원의 뇌물을 받았고, 일부는 4차례나 돈을 받기도 했다.
연루된 심사위원은 환경공단 임직원, 특허청 서기관과 사무관, 서울·포항시 공무원, 국립·사립대 교수 등이다.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사람도 여러 기업체의 임직원 30명이 넘는다. 민·관·학계가 총망라돼 벌인 뇌물비리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시설사업이 시작도 전에 부패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돈을 받은 업체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업체들은 심사위원들의 신상을 파악해 학연·지연을 모두 동원해 간부급 이상 직원을 담당으로 지정해 수시로 식사·상품권·골프 등을 제공하며 평시에 철저한 관리를 해왔다. 심지어 해당 업체들은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건네고 입찰에서 탈락해도 준 돈을 돌려받지 않았다. 환경공단 일부 임직원은 현직에서는 물론 퇴직 후에 해당 업체로 자리를 옮겨서도 전관예우를 받으며 관행적이고 만성적으로 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국책사업에 뇌물비리가 개재되면 결과는 혈세낭비와 부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뒷돈을 주고 공사나 사업권을 딴 업체는 떳떳한 자격을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편법으로 사업권을 얻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뇌물을 건넨 업자는 들어간 돈을 사업비에서 벌충할 것은 불문가지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도 공사비를 부풀려 가짜 계약서를 만든 뒤 빼돌린 돈으로 로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물에 든 돈은 모두 입찰금에 포함된 만큼 나라 돈이 뇌물로 쓰인 것이다. 부정한 심사위원들은 설계 수준과 관계 없이 돈을 준 업체에 무조건 1등 점수를 줬다. 이렇게 결정된 환경시설은 효율성과 효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부실할 가능성조차 크다. 입찰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하는 이유다.
환경시설의 입찰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비리 관련자에 대해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뇌물을 주다 적발된 업체는 정부 발주공사 입찰에 다시는 참여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정을 하다 적발돼 받는 처벌이 경제적 이익보다 미미하다면 입찰비리는 계속될 것이 뻔하다. 마찬가지로 관련 공직자와 대학교수 등에 대한 처벌 규정도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수질과 대기의 오염을 제대로 막지 못하면 우리의 생명은 안전하게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