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에 이어 세계 각국 정상 53명이 방한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지난 3월 27일에 무사히 끝났다.
건국 이래 최고로 많은 VIP들이 방한한 국제회의였기 때문에 경찰은 초긴장 상태에서 경호경비를 펼쳤다.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경찰은 비상근무에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만약에 있을 불법 폭력과 테러 등에 대비해 핵안보정상회의를 사흘 앞둔 지난 23일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인 갑호 비상을 발령했다. 갑호 비상 발령에 따라 경찰특공대를 포함 경찰관 3만6천여 명이 행사장 주변에 집중 배치됐으며 경찰관의 연가도 금지시켰다.
결론적으로 세계적인 대규모 행사를 몇 번 치룬 우리 경찰은 그 경험을 밑바탕으로 이번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또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펼쳐 안전한 경호경비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행사가 끝나자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산업자원협력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회의 기간에 각국 정상회담을 통해 교역, 투자, 원자력, 에너지, 자원 등 모든 경제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한·터키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을 비롯해 아세안(ASEAN) 국가 중 최대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선언했으며, 2억4천만명이 넘는 신흥시장에 우리 공산품의 추가 수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베트남과도 FTA 공동연구를 필두로 두 나라의 국내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 ‘한·베트남 FTA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로 우리 기업인들은 해외에 나가서도 만나기 힘든 각국 정상들을 단기간 내에 만날 수 있게 됐다. 삼성의 경우 헝가리 대통령 등 5개국 정상, LG는 베트남 총리 등 3개국,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4개국, 한전의 경우 인도 싱 총리 등 3개국 정상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 기업이 갖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을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이처럼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데에는 경찰의 노고가 크지만 국민들의 협조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회의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이해와 협조로 경찰은 완벽한 치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회의장인 코엑스 주위의 교통이 통제되고 대중교통 운행이 변경되는 등 국민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모습들을 보였으며, 자발적인 봉사자들의 헌신 덕에 행사는 무사히 종료됐다. 그 덕분에 경찰은 준비된 경호경비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펼칠 수 있었으며, 바로 그런 점이 행사의 성공을 가져온 밑받침이 됐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차량 2부제는 선진국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그 결과, 외빈 경호·대테러·교통관리 등 각종 과제를 빈틈없이 수행했다.
그런데 비상근무 중 일부 경찰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됐다. 최근 경찰이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시점에서 따가운 시선은 매우 안타깝다. 한 마리 미꾸라지가 강 전체를 흐린 꼴이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그간 경찰은 피 나는 노력으로 부패지수를 크게 낮췄는데, 국민에게 지탄받는 일이 벌어져 매우 유감스럽다”고 경기지방 내 경찰관들에게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행동을 일으키면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이 열리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선포했으니, 이럴 때일수록 한 치의 흔들림이 없는 치안을 펼치라”고 당부했다.
모든 일에서 서투름은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문제를 일으킨 한 사람이 비난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가 속한 조직 전체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기게 된다. 이러한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경찰은 현장 경찰관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현장 대응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박병두 작가·경찰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