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6개 광역지자체 시·도 지사들로 구성된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29일 대정부 공동성명을 통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정부 정책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며 “무상보육을 전액 국비사업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갓 도입된 영유아 무상보육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협의회는 이와 함께 지금과 같은 지방재정 부담으로는 무상보육사업이 6~7월이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인 만큼 전액 국비사업으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일은 정부가 저질러놓고 뒷감당은 왜 지자체와 나눠서 하자고 하느냐는 하소연이자 볼멘소리다. 자칫 잘못했다간 무상보육을 반겨온 시혜 대상 부모들만 가운데서 골탕을 먹는 등 적지않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반발은 예견된 거나 다름없었다. 총선과 대선이 겹친 올해를 맞으면서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복지’였다. 야당인 민주당은 ‘3+1정책(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반값 등록금)’을 일찌감치 내놨고, 이에 뒤질세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도 복지를 최우선 순위에 둔 채 무상보육을 공론화함으로써 불을 더욱 지폈다.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 논란은 이렇게 해서 가열됐다. 여기에 정부도 가세했다.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0~2살과 만 5살 자녀에게 월 20만원을 지원해 주는 내용의 영유아 무상보육을 도입해 이달부터 전면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영유아 무상보육사업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그 재원을 공동으로 나눠 부담하는 형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3천697억원의 올해 예산을 편성해 전체 무상보육 사업비 가운데 50% 가량을 국고 보조하고 나머지 50% 가량은 지자체 예산으로 분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내년부터는 수혜 대상자를 3~4살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매년 수천억원씩 들어가는 신규 예산을 지자체들이 쉽게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시도지사협의회 성명은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으로 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중앙정부의 국고사업으로 바꾸라는 요구다.
정부가 복지정책을 강화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환영할 만하다. 문제는 추진 과정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사이에 사전 검토와 협의가 없다 보니 지금과 같은 뒤탈이 나는 것이다. 시도지사협의회 측이 “막대한 지방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국회와 중앙정부가 지방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은 유감”이라고 불평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지자체는 머리를 맞대고 현실성 있는 방안을 찾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