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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아웅산 수치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여사의 정계복귀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아웅산 수치’여사를 미얀마 야당의 대표적 지도자라고 표현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오히려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정신적 지도자라고 표현하는게 그녀에 대한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국명(國名)을 바꾸기 전 명칭인 버마로 더 친근한 미얀마는 아시아 후진국가들이 걸었던 우울한 길을 따랐다. 근대화시기 유럽열강의 식민지로 고통받았고, 2차 세계대전이후 독립이라는 도식으로 진행됐다. 또 해방정국에서는 주도권을 둘러싼 독립운동 세력간 분쟁이 벌어졌고 이와중에 군부가 강압적으로 정권을 가져갔다. 이러한 과정이 수치여사의 가족사에 그대로 녹아있다. 미얀마의 독립영웅으로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수치여사의 아버지인 ‘아웅 산’장군은 해방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암살당했다.

수치여사의 정치입문은 우연성이 작용하는 역사와 잇닿어 있다. 영국인 남편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수치여사는 1988년 와병중인 어머니를 간호하기 위해 미얀마에 거주중 독재자 네윈이 물러나는 역사적 격변을 마주했다. 20여년의 철권통치로 국민을 유린하던 독재자의 몰락으로 미얀마에도 봄이 오는가 싶었지만 곧이어 반복되는 군부쿠데타로 미얀마의 민주주의실현은 요원해 보였다. 이때 수치여사는 미얀마 국민과 역사의 부름에 망설이지 않고 정치권에 뛰어들어 파란만장한 정치일정을 시작했다.

수치여사가 일개 후진국의 야당 지도자가 아니라 세계적 민주주의 투사로 추앙되는 것은 그녀의 평화주의에 있다. 총칼로 대변되는 군부독재와 평생 싸웠지만 비군사적 평화투쟁을 일관했다. 혹독한 감옥생활을 맛보고 오랜 가택연금중 남편의 사망소식을 들어야했으며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다시금 감금당하는 무력감에 시달렸지만 한번도 평화적 입장을 벗어난 적이 없다. 이런 그녀의 일관된 삶에 세계는 1991년 노벨평화상을 안겼고 미얀마의 민주화가 세계적 이슈로 등장케 됐다.

지난 1일 미얀마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수치여사가 당선돼 22년 만에 합법적으로 정치권에 복귀했다. 수치여사의 재등장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세계 언론은 그러나 수치여사의 앞날이 아직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미얀마 군부가 아직도 정권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으며 수치여사의 보궐선거 승리는 미얀마 의회의 20%지분 획득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대사 고비에서도 불가능이 현실로 이어지는 모습을 목도한 경험이 있다. 또 개인이 갖은 역량이 문제가 아니라 개인이 갖는 상징성이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장면도 기억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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