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민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국회의원 당선자가 인종혐오적 테러를 당하고 있어 논란인 가운데 노르웨이 발(發) 외신이 눈길을 붙잡는다. 77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 지구촌에 충격을 준 노르웨이 살해범이 한국을 ‘단일문화를 가진 완전한 사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7일 노르웨이 오슬로 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집단 살해혐의로 구속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다문화주의에 대한 혐오를 나타내며 “단일문화를 가진 완전한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꼽았다고 한다. 한국을 단일문화를 가진 완전한 국가로 칭송한 살인자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혹스럽다. 왜냐면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는 한국을 ‘배달의 자손, 단군의 자손, 백의민족, 단일민족’으로 만족해하는 의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이라는 공동체의식은 우리가 국란을 당할 때 극복하는 동력원이었고 남북을 아우르는 통일의식이 담겨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또한 ‘단일민족’이라는 단어 뒤에는 독재적 정치체제와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깔려있음도 사실이다.
유신세대들은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성스런 표현으로 교육받기도 했다. 하지만 억압받던 시기에도 일부 역사학자들은 한민족의 단일성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표시하곤 했다. 민족의 시원을 밝히는 고고학적 뒷받침 없이 우리 스스로 단일민족이라고 우기는 것은 넌센스라는 주장이었다. 5천년이라는 역사 속에 우리민족은 수많은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유전적으로 민족의 단일성을 지키기 힘들었다는 현실론도 뒤따른다. 여기에 글로벌화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도 단일민족을 강조하기에는 쑥스럽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외국인과의 결혼은 지난 2010년 현재 10.5%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2050년에는 국내 인구 100중 5명은 결혼이민 인구로 채워질 것이라고 하니 한국을 다민족국가로 불러도 이상치 않다. 무엇보다 이들 결혼이주민들은 과거 우리가 그랬듯 우리사회의 3D업종을 중심으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또 먹고살만한 자원이 없어 전 세계를 누비며 글로벌화를 외치는 우리가 시대착오적인 단일민족의식에 젖어 다문화가정을 배척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라 하겠다.
여기에 인류라는 공동체의식은 인간에게 부여된 책무이자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국수적인 민족주의자의 위험은 앞서 언급한 노르웨이 살인마가 입증하고 있다. 그가 살해한 대부분의 희생자는 다문화출신이 아닌 노르웨이의 청소년들이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