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성은 국민적 영웅이었다. 우리 국민들은 지난 아테네올림픽 태권도종목 결승에서 그리스의 장신 선수를 돌려차기로 KO시키는 보기 드문 장면에 환호했다. 그는 이후 각종 행사와 TV의 단골손님이 됐고 대학교수에 이어 운동선수로는 최고의 영예인 IOC위원이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때도 일조했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위상을 높이는데 상당한 공헌이 인정된다.
그랬던 문대성이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정치에는 항상 상대가 있고, 무엇보다 정치권의 상대는 인정사정없는 맹견임을 그는 간과한듯 하다. 출마선언과 거의 동시에 박사학위 표절의혹이 터졌다. 이어 석사학위까지 번졌고 객관적 검증이라 할수 있는 전문가들의 입에서 ‘표절’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상대 정당은 ‘표절이 아니라 복사수준’이라며 맹공을 가했고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네티즌 대부분은 명예를 제1의 덕목으로 여기는 정치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소속정당인 새누리당은 ‘제수 성추행 의혹’으로 탈당한 김형태 당선자에 이어 문대성 당선자까지 탈당할 경우 152석에서 150석으로 보유의석이 줄어 과반에 못미친다는 현실론에 눈치를 살폈다. 또 당의 적극적 개입에 앞서 문 당선자 스스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네티즌을 비롯한 시중 여론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문 당선자에게 등을 돌리자 연말 대선을 의식한 새누리당이 문 당선자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는 징계절차를 밟겠다는 새누리당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으로 문 당선자의 결단을 압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선 표절의혹은 정치인에게 있을 수 없는 불명예다. 특히 스포츠맨의 깨끗한 이미지가 밑천인 문 당선자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그는 김형태 당선자가 탈당하는 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가 취소했다. 주변에서는 탈당을 결심했다가 마음이 바꿔 회견장이었던 국회에 들렸다가 부리나케 떠났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문 당선자는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2가지 아쉬움을 안겼다. 우선 깨끗한 이미지에 걸맞는 처신으로 표절이라는 의혹 자체를 만들지 말았어야 한다. 또 하나는 야당의 주장과 같이 국회의원직을 버리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되기까지 당을 떠나 있을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항간에는 교수와 IOC위원이라는 최고의 명예와 부에 만족치 못하고 정치라는 진흙탕에 뛰어든 문 당선자에게 실망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과 우리 아이들이 존경하고 사랑할 만한 영웅을 잃었다는 점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