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업체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르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함일게다. 공무원들의 비리는 업체 봐주기 선에서 그치지 않고 향응을 제공받거나 외국여행을 다녀오는 방식으로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같은 공무원의 비리가 없어지지 않는 한 업체는 실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돈과 인맥을 동원하는 편법이 더욱더 횡행할 것으로 보여 공사비 증액으로 인한 주민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건설업체들과 각종 공사 계약을 하는 과정에서 뇌물·향응을 받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제공하는 등의 비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3월 말부터 약 1달간 전국 광역 시도와 시·군·구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지방 건설공사 계약제도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49건의 건설 비리를 적발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같은 비리행태는 전국 지자체에서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성남 분당구청의 B팀장과 C직원은 분당구 지하차도 유지 관리 업무를 맡은 용역업체가 허위로 신청한 용역비 1억9천500만 원을 알고도 지급했다. 이들은 그 대가로 업체로부터 3차례에 걸쳐 단란주점에서 향응을 받았다. 향응제공 비용이 크지 않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전형적인 토착비리의 유형이다. 이런 경험이 있는 공무원들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향응제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인천시청은 인천도시철도 2호선 설계를 맡은 업체가 안전과 직결된 비상대피로를 누락한 설계도를 제출했는데도 보완 요구를 하지 않고 승인해줬다. 그 댓가가 어떠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업무와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 용인시 등 9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보름 여간 선별 실시한 ‘지방행정 취약분야 비리점검’ 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용인시청 A과장을 비롯한 용인시 관계자들은 지난 2008년 경쟁입찰 방식의 주민편익시설 설치 사업을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진행,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줌으로써 시 재정에 28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A과장을 포함한 관계자 2명은 수의계약의 대가로 이 업체의 물적 지원을 받아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발표내용을 보면 공무원들의 비리행태도 교묘해지고 있다. 이러한 일부 공직자의 행태로 공직이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을뿐 아니라 주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 행정행위에 대한 집단저항 마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