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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스승의 날’보다 ‘교사의 날’이고 싶다

 

어제는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스승의 가르침과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깊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스승의 은혜를 가슴 깊이 새기는 날이다. 하지만 ‘스승의 날’이라 해서 누구 하나 ‘내가 스승이다’라고 나설 수 없고, 제자들이 찾아와줘야만 스승이 된다. 스승의 날을 만든 처음의 그 숭고한 뜻이 계속 이어지면 좋으련만 요즈음 학교 상황과 현실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

요즘 교사들은 스승이라고 꽃을 사들고 찾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학생과 학부모들이 교사를 무시하거나 안하무인처럼 대들지나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나아가 학생들의 잘못이나 옳지 않은 행동을 적극적으로 생활지도하기 겁난다. 잘못하다가는 그런 학생들에게 밉보여 교원평가에서 ‘매우 미흡’으로 평가받고 자질함양 연수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라 해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대부분의 교사는 슬프고 외롭다. 더더욱 이때쯤이면 학교마다 청렴서약을 하고 청렴 연수를 하거나 상급 교육청에서 불시에 현장점검을 나온다는 공문이 시행된다. 스승의 날이라고 촌지나 금품을 받는다고 교사들을 예비 범법자마냥 취급하는 것이 불쾌하고 스승의 날이 되어도 전혀 반갑지 않다. 괜한 마음에 눈치를 보거나 감사의 편지 봉투도 혹시나 의심이 돼 한 번 더 뒤적여 보는 마음이 슬프기도 하다.

교사가 나서서 내가 네 스승이니, 학생회 보고 ‘꽃을 준비하라’라고 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회 담당 선생님이 귀뜀하기도 한다. 초등학교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서 ‘스승의 노래’를 틀어놓고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스승의 날을 강조하다 보면 선물 받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오해 받기 십상이다. 학부모들은 스승의 날에 현재 지금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을 찾아가기가 쉽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 뭔가 하지 않으면 불손한 것 같다. 괜히 스승의 날이라고 나만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불안하다. 다른 학부모들은 어찌해야 하나 눈치를 봐야하는 애매함이 있다. 간혹 이때다 싶어 촌지를 건네기도 한다. 스승의 날이 아니어도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들은 액수가 많고 적고 간에 교사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올곧게 가르치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다. 누구나 돈의 유혹에 견디기 힘들다. 그러니 아예 이때만 되면 학교에서 나서서 건전한 스승의 날 안내장을 보내거나 스승의 날 행사를 안 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히 보낸다. 스승의 날에 학부모 학교방문을 막는 학교까지 있다.

나는 스승의 날 즈음이 되면 학생들과 학부모님께 가르침으로 따진다면 ‘최고의 스승은 부모’라고 말한다. 부모님은 유전적으로도 많은 걸 갖고 태어나게 해주시고 잘 자라도록 환경과 분위기도 만들어주시는 분이다. 또 아낌없이 투자도 해주시니 어찌 학교에서 1~2년 만난 선생님과 비교할 수 있으랴! ‘스승의 날’이 ‘교사의 날’로 바꿨으면 좋겠다. 아니면 스승의 날은 그냥 두고 교사의 날을 새로 제정했으면 좋겠다. 교사의 날이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스승의 날의 주체 문제다. 스승의 날 주체는 교사가 아니라 스승을 찾아 나서는 제자들이다. 마음을 가다듬어 나에게 큰 가르침을 준 분이 누구인가 생각하고 바쁜 중에도 짬을 내 찾아가 뵙는 것이 스승의 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현 시점의 담임교사를 찾아가니 문제다. 새학기 되고 이제 겨우 두 달 지났을 뿐인데 ‘스승님, 스승님’ 하기는 좀 낮 간지럽지 않은가! 근로자의 날이 어느새 노동자의 날로 바꿨듯이 스승의 날에서 교사가 교육의 주체로 바로서는 ‘교사의 날’이 돼야 한다.

교사들끼리 자축도 하고, 가까운 산에 등산도 하면서 동료애를 쌓거나 교직에 대한 심포지움이나 세미나도 열고 더 잘 가르치기 위해 다짐도 하는 그런 날이고 싶다. 교사들은 슬프고 고통스러운 스승의 날이 아닌 교사가 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사명을 다지며 동료들끼리 어울려 막걸리 한 잔이라도 나눠 마실 수 있는 신명나는 ‘교사의 날’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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