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의 옷자락이 얼핏 펄럭일 때가 있습니다. 그건 시각적으로 그가 잠시 온다는 뜻이겠지요. 이 시인은 피부의 감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을 만났었나 봅니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수로를 따라왔네” “나비 떼 가득 찬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 무늬 따라 가면 /햇빛이 세운 기둥만큼 등불이 걸리고”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순과 닮아서” 부드럽고 여리게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그에게 닿나 봅니다. 처연하고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시네요.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홑치마 같은 풋잠에 기대었는데
치자향이 水路를 따라 왔네
그는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지만
무덤가 술패랭이 분홍색처럼
저녁의 입구를 휘파람으로 막아주네
결코 눈뜨지 말라
지금 한 쪽마저 봉인되어
밝음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숲은
나비떼 가득 찬 옛날이 틀림없으니
나비 날개의 무늬 따라간다네
햇빛이 세운 기둥의 숫자만큼
미리 등불이 걸리네
눈뜨면 여느 나비와 다름없이
그는 소리 내지 않고도 운다네
그가 내 얼굴을 만질 때
나는 새 순과 닮아서 그에게 발돋움하네
때로 뾰루지처럼 때로 갯버들처럼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