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귀한 책이 나왔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펴낸 ‘역사의 흔적- 경기도 산성 여행’은 성곽 전문 연구학자는 물론이고 경기도문화재 관계자, 일반 시민들에게도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남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에 필요한 비교자료집 확보와 향후 소실 위험이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자료 확보 차원에서 만들어진 성곽 사진자료집이다. 최진연 유적전문 사진기자가 2년 동안 도내 전역에 분포된 옛 산성 211여개소를 직접 답사하여 사진을 찍었다. 도는 항공촬영을 지원했다. 산성사진과 해설이 담긴 국내 유일의 산성 에세이집이라고 한다.
이 책이 소중한 것은 작가가 일일이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 없는 길을 만들며 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상황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산성은 말 그대로 산위에 있는 성곽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 외침에 대비해 인근 백성들과 군인들이 쌓은 산성은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주민들이 모두 성안으로 들어가 농성을 하면서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장기전을 펼쳐 적군을 무력하게 만든다. 가파른 산중에 높은 곳에 축성돼 있기 때문에 평지에 아무리 우수한 공성(攻城)장비라도 효력을 발휘할 수없다. 산성은 경기도에 유난히 많다. 이 지역이 삼국 쟁패의 요충지였을 뿐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군사상의 요지였기 때문이다.
2년 동안 험한 산위를 올라가며 211개소의 산성사진을 찍은 최기자의 노고는 역사에 남을 일이다. 특히 제작과정에서 60여곳의 산성을 새로 찾아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이 산성은 지금까지 공개된 적이 없는, 학술적으로도 귀중한 자료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움도 있다. 211개소의 산성이 모두 온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30여 곳은 안타깝게도 멸실됐다. 한국전쟁 후 통신시설과 미사일기지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훼손됐으며 평지나 구릉에 있는 수도권의 일부산성도 아파트나 공장 등이 들어서면서 무너진 곳이 많단다.
안타깝다. 지금도 지정이 안된 성곽 훼손은 진행 중이라니... 성곽은 적의 침입으로부터 이 나라와 역사를 유지시켜 온 결사항전의 유적으로서 우리 민족의 피와 땀, 승리의 기쁨이 담겨 있고 패배의 한과 눈물이 얼룩져 있는 곳이므로 지금부터라도 훼손은 적극적으로 막아야한다. 국민들도 선조들의 혼이 서린 역사의 현장이므로 보존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최진연 씨의 ‘역사의 흔적- 경기도 산성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소중한 결실이다. 치열한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하며 유익한 자료로 각 부문에서 널리 활용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