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넣어 버렸다
나무가 둥글게 부풀었다
바람이 부니
느낌표가 되었다가
물음표가 되었다가
흔들렸다
아주 멀리
나도 이제 여행을 간다
쓱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아닌 표정으로
손바닥 내밀고
아니야 아니야
흔들리는 것이다
나와 갈등을 빚고 있는 대상을 ‘그’라고 하자. ‘그’를 나무 속으로 밀어 넣으면 느낌표나 물음표 같은 기호로 단순화되면서 ‘그’에 대한 온갖 감정이 단순명료하게 정리된다. 마찬가지로 나도 나무 속으로 들어가 “아무것도 아닌 표정”으로 흔들리는 것. 생각해보면 사람살이가 이와 같은 시치미 떼기가 아닐까. 어차피 들여다보면 온갖 잡다한 속내가 진창처럼 펼쳐져 있을 터. 그런데 이런 시치미 떼기도 어려운 일. “드디어”라는 시어를 통해 마음고생이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