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을 맞아 집 근처 가까운 산에 올랐다. 아침의 푸릇한 공기와 새소리, 하루가 다르게 푸른 옷을 갈아입는 나무와 풀이 내뿜는 쌉싸롬함이 한결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산의 초입에 ‘강아지를 찾습니다. 개의 품종과 사진, 잃어버린 날짜와 장소 그리고 찾아주는 사람에게 사례금 30만 원을 드립니다’하며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는 정말 속상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 수십 장의 똑같은 내용의 문구를 A4용지에 복사해 테이프로 나무에 둘둘 말아 붙여 놓았다.
몇 장만 붙여놓아도 될 것 같은데 왜 이리 많이 붙여놓았을까 하는 생각을 넘어서 이젠 짜증이 놨다. 몇 군데는 찢겨 바닥에 버려져 있고 간혹 조각조각 찢어 버려서 산을 오염시켰다. 수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지만 쓰레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깨끗한 산이다. 이해심이 많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짝꿍이 꼭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그렇게 소중한 강아지이면 산에 데리고 오질 말든지 왔으면 제대로 챙길 것이지 하면서 투덜거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산을 찾는 대부분 사람들이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며칠이 지나 다시 산을 찾았을 때도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는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는 이도 있고 누구는 애완견을 잃어버리고 며칠을 울면서 찾아다녔다고도 했다. 늦은 시간 귀가를 하면 반겨주는 것은 애완견밖에 없다며 개가 없으면 세상 살 맛이 안날 것 같다는 친구도 있다. 사람은 배신하고 상처를 주지만 개는 주인이 하는 만큼 따르고 정을 주는 만큼 예쁜 짓을 해서 한번 키우면 계속 키우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애완견을 키우는 집이 많다. 이웃 간에 왕래가 잦지 않다 보니 간혹 승강기에서 만난다. 그날도 15층 이웃이 먼저 타고 있었고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았다. 15층 여자는 예쁘게 단장한 강아지를 안고 있었고 승강기가 1층에 멈춰 서기까지 내내 강아지와 말을 건네고 쓰다듬으며 애정을 쏟았다. 심지어는 “어이구 내 새끼, 내 새끼. 엄마가 그렇게 좋아, 엄마하고 산책하자”하면서 입을 맞추며 진짜 자기 자식을 대하듯 했다.
애완동물과 친하지 않은 나는 그녀의 행동을 거울을 통해 힐끔힐끔 바라봤을 뿐 어떤 말도 건넬 수가 없었다. 애완견을 공동주택에서 키우게 되면서 이웃 간의 크고 작은 마찰이 적잖이 생긴다.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개 짖는 소리, 간혹 승강기에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돼 있어 불편을 주기도 하는 등 이런저런 문제의 발생으로 서로 조심하자는 방송을 수시로 내보낸다. 대형마트나 은행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애완견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문구가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된다. 거리나 공원에 덩치가 큰 개를 끌고 나오는 사람을 보면 개인의 취향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서로 조심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애완동물을 통해 삶의 기쁨과 에너지를 얻는 것도 좋지만 유기견 문제나 이웃 간에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 모두가 즐거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다음 산행엔 강아지를 꼭 찾아서 안내문이 말끔히 정리돼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