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는 술에 만취돼 경찰서나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거나 기물을 때려 부수는 이른바 ‘주폭(酒暴)’들이다. 이들은 심지어 경찰관까지 폭행하기도 한다. 주폭들은 술만 취하면 가족에게 손찌검을 하고 이웃가게에 가서 영업방해를 하거나 물건을 부수는 망나니들은 어느 동네에나 꼭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법이나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대했다. 술이 그런 것이지 사람이 그런 것이 아니라며 용인해 주곤 했다.
전주에서 만취상태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40대가 이 때문에 입건되자 지난 10일 술을 마신 채 또 다시 파출소를 찾아가 연행 경찰관에게 보복성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있었다. 그는 이미 공무집행방해로만 전과 7범인데다가 경찰관을 상대로 보복범죄를 벌였다. 따라서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전주지방법원은 지난 12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을 정도다. ‘술에 참 관대한 나라’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 음주문화는 잘못됐다. 우선 음주량이 엄청나다. 분위기 좋게 간단하게 마시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만취상태까지 간다. 국세청의 2010년 자료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이 연간 소주 67병, 맥주 101병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지난해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은 WHO가 제시하는 알코올 적정섭취량보다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 비율이 높으므로 각종 신체적·정신적 질병이 생기고 진료비의 부담이 증가한다. 동시에 가족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
또 음주운전과 폭력 등 각종 사고와 범죄율이 높아짐으로써 인해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브리프’ 42호에 따르면 음주원인은 여가 활동부재, 회식위주 직장문화, 가정생활 불만족 등이라고 한다. 아울러 알코올 사용 장애에 대한 치료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상태임을 환기시킨다. 특히 정부가 2012년 정신보건사업의 하나로 건전음주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알코올 관련 폐해를 입은 가족을 위한 구체적 사업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현재 음주 당사자의 자녀들에게서 다양한 정서 부적응의 문제가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사업이 필요하다는 이 보고서의 지적에 심각히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