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행정타운 시청사 지하 1층에는 참전유공자 기념전시관이 있다. 용인지역 참전용사 9천180명의 명부를 모신 곳이다. 비록 122.86㎡ 규모의 넓지 않은 곳이지만 시민들이 오가며 전쟁의 역사를 상기하는 숙연한 장소이다. 홀로 누군가의 이름을 더듬어 찾고 감회에 잠기는 나이 지긋한 분들도 적지 않다.
동양에서는 병가오덕(兵家五德)으로 지(智), 인(仁), 용(勇), 엄(嚴), 신(信)을 세우고 이를 무인(武人)이 갖춰야할 무덕(武德)으로 삼았다. 지혜, 충효, 용맹성, 절제, 신의 등 실용적이고 진취적인 덕목들을 무의 정신으로 강조한 것이다. 이런 오덕을 몸으로 실천한 사람들을 어디 다른 먼 나라의 역사 속에서 찾으랴. 9천180명의 용사, 그들이 진정한 무덕을 실천한 무인들이며 용인의 소중한 유산이다. 용인시 참전유공자 기념전시관은 참전 유공자의 희생이 정당하게 보상받고 정신적 귀감으로 존경받는 사회가 실현돼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건립이 추진됐다. 그해 5월 좌측 벽면에 7천442명의 이름과 계급, 군번을 기록한 42.5㎡규모의 참전 유공자 기념의 벽을 준공한 데 이어 올해 5월 우측에 1천738명의 명부를 모신 3.816㎡ 규모의 벽을 더 만들었다. 용인사랑봉사대 자원봉사자들과 새빛 요한의 집 시각장애인들이 지난해 6·25전쟁 기념일을 앞두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한땀 한땀 정성껏 지장을 찍어 만든 태극기를 걸었고, 참전용사 병상일지 등 유품 전시대와 소파 등을 설치해 추모와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용인시는 종이 한 장, 볼펜 한 자루를 아끼는 긴축재정을 시행하면서도 지난해 보훈 분야 예산을 전년 대비 25.79% 늘려 약 42억원을 책정했다. 올해에도 보훈 분야에는 전년 대비 10억여원을 더 늘려 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65세 이상 유공자 대상의 국가유공자 보훈명예수당 지급사업을 2010년까지 관내 거주기간 5년 이상인 분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2011년부터 관내 거주 3개월 이상인 분으로 대폭 확대할 수 있었다. 올 5월 기준 7천156분의 유공자들께 보훈 명예수당을 드렸으며,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3천500분의 국가 유공자들께 위문금을 전하고 15명의 모범 유공자를 표창할 계획이다.
우리는 참전용사와 국가를 위한 희생자들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많이 있음에도 보훈의식은 높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조선이 문(文)을 숭상하는 나라여서 오랜 세월 무(武)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던 탓도 크다. 문신에 대한 기록은 많으나 공을 세운 무신에 대한 기록이 적다. 국난의 대목 대목마다 목숨을 아낌없이 내놓은 병사와 장군들, 장렬히 산화한 그 수많은 용사들의 기록이 널리 알려지고 그 위상이 바로 서지 않고서는 이 사회에서 무덕(武德)의 소중함이 인정받을 수 없다. 옛말에 무(武) 속에 문(文)이 있고, 문(文) 속에 무(武)가 있다고 했다. 문의 완성은 무에서 이뤄지고, 무의 완성은 문에서 이뤄진다는 뜻이다. 서양의 기사도, 일본의 무사도, 신라의 화랑도는 모두 문과 무의 조화를 추구한 도(道)이며, 이런 도를 숭상하는 나라가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꽃피우고 강국을 이뤘다.
지금 용인 지역 법화산, 할미산성 일대에는 6·25전쟁 국군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방부 발굴팀과 육군55사단 172연대 100여명의 장병들이 당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던 격전지에서 한 구의 유해라도 더 찾아 가족의 품에 안겨드리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현장에 용인시 보훈단체를 비롯해 각계각층 시민들의 격려 방문과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나라사랑을 위해 산화하신 호국영령들에 대한 최고의 예(禮)는 존중과 사랑이다. 호국용사들의 넋을 찾아 위로하고 참전용사들에게 예를 갖추는 어린이와 청소년, 시민들의 행렬이 연중 이어져 무덕(武德)의 귀함을 아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이것이 문(文)의 숭상에 치우쳐 청소년을 입시경쟁에만 내몰고 온갖 암투와 국론 분열 등 사회의 각종 위기를 야기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길이다. 이것이 문무(文武)의 균형과 조화를 지향하는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며, 우리 모두의 가치관과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고 지역 발전과 대한민국의 국운 융성에 함께 힘을 모으는 길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