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보고된 식물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약 1천여종이 알려져 있다. 그 중 우리나라는 다양한 작물 및 잡초에서 발견된 약 100여종의 바이러스가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제적인 농산물 교역량의 증가로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해외 유입 바이러스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진단하기 위한 진단법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바이러스 진단법(ELISA, PCR, 생물검정, 전자현미경법)으로는 몇 종의 바이러스 진단만이 가능해 새로운 돌발 바이러스에 대한 입체적인 진단·관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바이러스의 기주범위는 매우 다양하다. 특정 식물에만 발병하는 바이러스부터 수백가지의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러스까지, 일반적으로 흔히 재배되는 주요 작물에서 수십 종의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부 몇 종의 식물바이러스는 지역에 따라 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직접적인 방제법과 치료제의 개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식물바이러스의 방제를 위해 바이러스 무병 종자 및 번식체의 사용, 감염식물체의 제거, 바이러스 중간기주 및 매개충의 제거, 저항성 품종의 개발, 그리고 식물검역을 통한 바이러스의 배제 등 제한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바이러스의 진단과 바이러스의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해 사전에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하는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식물 바이러스병의 빠른 진단을 위해 2007년부터 5년 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염기서열이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작은 유리 슬라이드에 담아 한 번의 실험으로 538종의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동시에 신종 바이러스도 탐색할 수 있는 Large Scale OligoNucleotide (LSON)칩을 개발했다. 이 칩의 활용을 통해 국내 농작물의 식물바이러스에 대한 빠른 진단과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식물바이러스 자원의 지적재산권 확보 경쟁에서도 세계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올리고칩은 생물체의 게놈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을 모니터링 하는 도구로 이용되는데, 일부 분야에선 질병의 예측과 진단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농진청이 개발한 식물바이러스 대용량 유전자 진단기술을 이용한 LSON칩은 유전정보가 알려진 모든 바이러스를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이 칩은 538종의 바이러스 유전자와 21종의 식물체에서 선발된 유전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각기 다른 4천 종류의 프로브를 두 번 반복해 작은 유리 슬라이드 위에 집적한 칩이다.
세계 최초로 모든 식물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LSON칩이 개발되면서 작물·잡초 등에 존재하는 식물바이러스의 종류와 발생 생태를 효과적으로 구명할 수 있게 됐다. 이 칩의 사용으로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바이러스를 사전에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아울러 여러 가지 경로로 유입되는 외래 바이러스 모니터링과 새로운 바이러스 유전자원 탐색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LSON칩 개발은 아·태지역 이동성 바이러스병의 국가 간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에 주도적 역할에 기여하며, 우리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우리 농업의 미래가 환해지고 있다. 계속되는 새로운 도전과제와 이를 뛰어넘기 위한 땀과 노력에 힘을 쏟을 때 우리 농업은 희망이 되고, 신 성장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