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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권도원"내 집에 불이 나도 강 건너 불구경?"

 

‘강 건너 불구경’이란 말이 있다. 불이 난 곳이 강 저편이니 나에게 급할 일이 없다. 그래서인지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급히 달려가는 것을 봐도 길 우측으로 비켜주는 차는 많지 않다. 재래시장이나 주택가, 아파트 등의 소방통로는 필히 확보 되어야 한다. 소방통로는 곧 ‘생명 통로’이다. 화재 등 각종 사고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현장 도착이다. 얼마나 빨리 현장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피해규모가 달라진다. 초기에 불길을 잡지 못하면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므로 소방차가 지나갈 수 없도록 불법 주?정차 중인 차량들이 도시 곳곳에 빽빽이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부분 주택가 골목길이나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승용차 한대가 겨우 다닐 만큼 비좁다. 시장의 경우도 쌓아둔 물건이 소방차 진입을 방해하여 대형화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파트단지의 경우 소방차 주차구획선 안에도 차량들을 주차해 놓고 있으며 이를 통제해야할 관리사무소마저 나 몰라라 하고 있어 주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부채질하고 있다.

119소방차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화재 등 재난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하는 긴급구난 차량이다. 한마디로 일분일초를 다투는 차량인 것이다. 언젠가 방송에서 긴급차량 출동 때 양보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운전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사고가 나면 차가 막힐까봐’, ‘긴급차량인지 몰라서’, ‘비켜주다가 사고 나면 나만 손해’ ‘그래서 비켜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물론 길은 좁고, 차는 많이 다니고, 누구나 바쁘겠지만 정말 협조가 꼭 필요한 순간에는 반드시 양보해야 하는데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았다.

교통량이 증가하고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어나면서 소방차 현장도착 시간은 점점 지연될 수밖에 없다. 현장도착이 늦어질수록 인명과 재산피해는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소방차들이 정지신호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하는 것은 5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화재의 경우 주로 불꽃이 발화되어 5분이 지나면 폭발적으로 확산되어 연소 확대는 물론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 시간을 잡기 위해서 소방관들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양보는 귀찮고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기 이전에 내 집이 불타고 내 가족이 울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언젠가는 나 자신 내 가족에게도 저렇게 달려 올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자. 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재난을 겪은 후에 후회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일중 하나다. 긴급차량에 길을 양보하고, 골목에는 한 줄로 주차하기 등 소방당국에서 인명 구조와 화재진압의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호소하는 ‘소방차 길 터주기’ 운동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기보다는 남을 위하는 마음, 조금 기다려주고 이해하는 마음,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우리네 미덕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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