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기고]심헌규"런던올림픽이 우리에게 남긴 것"

 

새벽마다 쏟아지는 희소식들. 그동안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축복의 순간들. 모두의 화두였던 올림픽이 끝났다.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야식으로 열심히 살을 찌웠다는 게 올림픽의 역설일지 몰라도, “올림픽, 너마저 없었으면 이 열대야를 어찌했을까”하는 사람이 주위에 참 많았다. 필자 역시 새벽에 경기를 시청하고 바로 출근한 날이 이어졌는데도, 뿌듯함으로 고된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먼저 ‘승자’에게 눈길이 갔다.

체급을 두차례나 올리고도 “죽기 살기가 아니라 죽기로만 했다”며 거듭된 공격으로 금메달을 딴 유도의 김재범, 눈두덩이 까맣게 죽어 짝눈으로 시상대에서 웃었던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현우(여기까지 오는 동안 멍든 곳이 어디 눈두덩 뿐이었을까), 김수녕이 서울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던 그해에 태어나 24년간 금맥을 이어간 양궁의 기보배, 7만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홈팀을 제치고 한일전에서도 승리한 축구팀, 돈이 들지 않아 체조를 하게 됐으나 ‘금빛 착지’로 장밋빛 인생으로 도약한 체조의 양학선. 17명중 15명이 메달을 따며 새삼 그 재미에 눈뜨게 해준 펜싱 선수들. 그전까지는 펜싱 문외한들이 많아 누군가는 펜싱 단체전이라길래 다같이 올라와 단체로 칼부림하는 줄 알았다 한다.

하지만, 수년간 땀 흘려 준비했는데도 메달로 보상받지 못할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들지 못한 역기에 굿바이 키스를 보낸 장미란. 자신의 일을 진정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작별인사를 하며, “제가 부끄럽지 않은 건 할수 있는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관중보다 선수들이 더 많다는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러시아 선수들보다 신장은 평균 12cm작고 체중은 7kg가벼운 야무진 소녀들이 덩치큰 여자들과 몸싸움 많은 경기에서 이길때는 장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축구·야구 같은 인기종목의 남자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의 열악한 운동 환경속에서도 메달을 꼭 따서 인정받고 싶었을 그들, 오랜 시간 또 잊혀질 그들이기에 가슴이 아렸다.

또, 일년반전 세계 30위권에서 일약 5위까지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손연재의 몸짓은 어떤가. 모든걸 쥐어짠다는 걸 저절로 알수 있었다.

올림픽의 순수성을 빼앗아간 오심의 심판들로 인해 좌절한 선수들 역시 빼놓을수 없다. 자유형 200m 실격과 번복의 박태환, 판정 번복의 유도 조준호, 펜싱 신아람의 흐르지 않는 1초.... 그들이 싸우는 건 심판들만 본게 아니다.

우리도 다 봤고, 우리들 마음속의 승자는 그들이었다.

올림픽은 ‘스토리’이자 ‘감동’이다. 노력과 고통이 있고 성공과 영광이 있으며 실패와 좌절이 있었다. 보는 사람들에게 순간순간이 배움의 시간들이었다.

의족으로 달렸던 오스카 피스테리우스가 “패배자는 결승선을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달려보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이다”라고 일갈할 때 숙연해졌다.

답답한 경기운영으로 정식정목에서 제외될 위험에 처했던 태권도가 갑자기 룰(rule)을 바꿔 관중들의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며, 안주하기 보다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수용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핸드볼·펜싱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환희와 감동을 잠깐 만끽하는데 그치기 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사회체육 인프라 확충 등에 신경써야 한다는 반성을 다시금 하였다.

하늘이 지휘하는 인간의 도전인 올림픽.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의 말처럼 한숨 대신 함성으로, 걱정 대신 열정으로, 포기 대신 죽기 살기로 힘을 겨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특히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전해 주고 싶다. 메달의 색깔은 다르지만 땀의 색깔은 모두 같다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워하는 건 메달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흘린 땀이라고.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