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기도입사업에서의 비리 예방과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목적으로 2006년 1월 1일 설립된 방위사업청은 무기체계 획득과정에서의 의사결정과 사업관리내용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함으로써 청렴부문에서 최우수 정부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괄목상대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방위사업 추진과정에서 K2 전차 엔진 성능 미흡, 유도탄 고속함의 지그재그 항해 등 국산무기체계 성능결함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산무기의 품질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군함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고, 군함의 품질을 도약시키기 위해 1년여 간의 검토와 의견수렴을 거쳐 지난 6월 20일 함정사업 수행절차를 개선한바 있으며, 주요 개선내용 다음과 같다.

첫째, 함정 건조과정에 소요군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에 명문화하였고, 사용자의 요구조건을 검토하는 절차(Operational Requirements Review)를 공식화했다. 이는 고객이 감동하는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 고객 및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이해하고 품질 기준을 마련하기 위함이며, 사용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과 공식적인 확인 절차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업이 착수되기 이전 또는 사업 초기단계에 가능한 한 모든 의사결정이 완료되도록 절차를 보완하였다. 군함은 선행연구,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단계로 추진된다. 그런데 군함의 품질 및 성능은 선행연구 및 설계 단계에서 대부분 결정된다. 이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할 의사결정이 미루어지면 사업의 진행이 느려지고, 함정 건조과정에서 설계를 변경할 확률이 높아지며, 사업의 방향이나 내용이 바뀌게 된다면 사업이 진행된 만큼의 낭비 초래와 더불어 추가 비용 발생 및 일정 지연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셋째, 군함의 품질기준을 체계적으로 관리되도록 하였다. 경쟁하면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면 품질이 하락한다. 저가 입찰로 인한 품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품질기준이 잘 정리되어야 한다. 따라서 함정규칙, 함정 설계·건조기준, 규격 등과 같은 문서에 군함의 품질기준을 명시하여 저 품질 자재 등이 사용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우수하고 최신 기술이 적용된 상용제품 도입도 용이하도록 할 예정이다.

넷째, 군함 설계·건조 활동에 대한 감리 및 검사 분야에 우수한 민간 전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정비하였다. 군함의 품질은 설계 및 건조 기준이 올바르게 정해지고, 올바른 기준에 따라 군함이 설계되고 건조되는지를 관리 감독하고 검사하는 활동이 효과적으로 수행될 때 확실히 보장된다. 세계 제1위의 조선강국인 우리나라는 우수한 설계·건조 감리 및 검사 전문 기관과 인력이 많다. 우수한 민간 전문 인력과 지식의 활용은 군함의 품질 제고는 물론 국민 일자리 창출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섯째, 업체 스스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군함을 책임감 있게 건조할 수 있도록 제안요청서, 계약특수조건 및 업체선정기준 등을 정비하였다. 지금까지는 많은 부분을 ‘관’ 주도로 수행함으로써 효율성이 저하되고, 조선업체의 체계종합 및 위험관리 능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면·보고서 승인과 같은 정부의 통제는 최소화하고, 업체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은 강화했으며, 체계공학(Systems Engineering), 가상 함정건조(virtual shipbuilding) 등 과학적 사업관리기법을 업체 스스로 적극 도입하도록 제안요청서, 계약특수조건 및 업체선정기준 등을 정비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조선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되고, 방산수출에도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이와 같이 군함의 품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사항 분석활동 강화, 사업이 본격화된 이후의 의사결정 변경 지양, 적정수준의 품질기준 정립, 품질보증활동 강화, 업체 스스로의 연구개발 및 프로세스 개선 노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함정사업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연구개발 개념을 적용한 함정사업절차 개선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우수한 군함의 건조는 보장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