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3일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을 돌파하면서 이른바 ‘20-50 클럽’에 가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와 인구 5000만명을 넘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이 클럽에 전 세계 240여 개국 가운데 우리가 7번째로 멤버가 되었다. 특히 미국과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 내로라하는 선진 G6 국가들에 뒤이은 가입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불과 반세기 만에 이룩한 이러한 압축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국토종합개발계획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계획에 따라 1970년대부터 도로·철도·수자원·산업단지 등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했고 그 결과 국토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제성장의 탄탄한 토대가 마련됐다.
주목할 점은 소양강댐(1973년), 안동댐(1977년), 대청댐(1981년), 충주댐(1986년) 등 수자원종합개발의 기틀을 국토개발 초기 단계부터 마련함으로써 매년 반복되던 홍수와 가뭄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막 봇물 터지듯 발흥하던 여러 산업의 젖줄이 돼왔다는 사실이다.
다목적댐 건설과 3만㎞에 이르는 국가·지방하천 정비로 우리 국토의 홍수관리 능력이 크게 향상됐으며 1960년대 연간 50억t 수준에 불과하던 용수공급 능력이 5배 이상 늘어나 산업 발전에 큰 힘이 됐다. 최근의 수자원종합개발 일환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역시 주요 국가 하천의 홍수, 가뭄 등 물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세계 기상재해 통계연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30년 전에 비해 홍수, 태풍, 가뭄 등 기상재해가 2배 이상 늘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피해인구는 4배 이상 늘었다.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주요 기상재해의 37%가 발생하고 경제적 손실의 63%가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기상재해는 국가경쟁력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2010년 말 홍수를 겪었던 호주는 국가경쟁력 순위가 5위에서 9위로 4단계나 떨어졌다. 지난해 대홍수로 국토 면적의 35%가 물에 잠겼던 태국은 자국 내 외국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과 개도국을 막론하고 홍수 예방과 안정적 용수공급으로 대표되는 수자원 관리가 다시 국가 어젠다의 중심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2000년대 중반 이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물관리 인프라 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오늘날 수자원 관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더욱 근본적으로는 국토·도시계획과 연계한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최근 수자원 관리가 어려움을 겪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도시화·산업화로 인한 물 순환 왜곡이다. 과거와 달리 도시화로 인해 불투수층이 크게 늘어 많은 양의 빗물이 한꺼번에 하천으로 유입되다 보니 적은 강우량으로도 홍수 피해가 쉽게 발생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성 주도로 물 순환 회복에 노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국토교통성 내 물 관련 조직을 ‘물관리·국토보전국’으로 일원화하고 물순환 기본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토의 물 순환 회복을 물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은 농업과 에너지 생산, 산업발전과 각종 서비스 활동 그리고 국민건강과 생태계의 유지·보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오늘날 우리가 큰 어려움 없이 일상생활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그간의 꾸준한 인프라 투자 덕분이며 앞으로도 수자원 확보와 체계적인 이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또한 수량·수질 문제뿐만 아니라 토지이용·도시계획 등 국토관리와 정책적으로 긴밀히 연계해 관리하는 통합수자원관리(Inter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IWRM) 개념 도입으로 수자원을 더욱 효율적이고 공평하며 지속 가능하게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춰질 때 우리 국토는 더 안전하고 쾌적해질 것이며 이는 국토경쟁력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