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시모토 도루(橋下 徹)는 일본의 촉망받는 신진 정치인이다. 1969년생이니까 43세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차기 총리감’이라는 평가 속에 인기가 대단하다. 변호사로 38살에 일본 오사카부(府) 지사로 당선돼 최연소 지방자치단체장이라는 경력을 쌓았다.
그는 젊지만 일부에서는 극우라는 평가가 나올정도의 보수 정치인이다. 여야 모두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지만 그 어느 정당에도 매이지 않고 스스로 ‘오사카 유신회’라는 정당을 만들어 대표를 맡는 강단을 보여줬다. 그를 전국적 인물로 부상시킨 것은 TV였다. TV의 법률 및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일본 국민들과 친숙해진 그는 정치권에 무혈입성하는 힘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를 단지 ‘스타 정치인’이 아니라 향후 일본을 이끌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시킨 것은 파산상태인 오사카에 대한 혁명적 재정개혁이었다. 오사카부가 5조엔에 이르는 부채로 인해 파산상태에 접어들자 파격적 재정개혁을 이끌던 그는 오사카부 지사로는 정책 실행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인식하고 과감히 부(府)지사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곧바로 오사카 시장직에 도전, 절대적 지지로 당선돼 오사카 재정개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러한 하시모토의 모습에 일본 국민들은 열광하고 있다. 오랜 재정난과 일본사회의 무기력감, 그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절망하던 일본 국민들은 그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듯하다. 여기에는 4남3녀의 대가족을 거느린 가부장의 모습과 공공시설의 전면 민영화, 과감한 공무원 임금삭감 등을 밀어붙이는 ‘강한 남자’의 이미지가 단단히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일본의 기성 정치인들같이 애매하거나 애둘러 표현하지 않고 똑부러진 발언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지사 취임식에서는 파산상태를 지적하며 “나와 함께 죽겠다는 각오로 일해 달라. 그리고 마지막에는 죽어 달라”는 강한 발언을 남겼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강한 발언 중에는 인접국을 격분케 하는 극우적 발언이 섞여있어 우려를 사왔다. 그는 “일본은 핵(核)을 보유해야 한다”, “중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것은 매춘행위”라는 발언으로 한국과 중국을 자극해왔다. 이제는 “위안부가 (일본)군에 폭행·협박을 당해서 끌려갔다는 증거는 없다”며 “있다면 한국이 내놨으면 좋겠다”는 망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일본의 젊은 정치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그와 그의 세대가 갖는 역사의식 때문이다. 하시모토로 대변되는 전후 젊은 정치 엘리트의 역사의식이 이 정도라면 향후 30년간 한일관계는 암울하기 그지없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