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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반,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TV프로그램 가운데 ‘몰래카메라’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리 짜놓은 황당한 각본대로 스타급 출연자를 속이는 것으로 당시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몰래카메라’의 원조로는 1947년 미국 ABC방송이 시도한 ‘캔디드 카메라’가 꼽힌다. 이후 전 세계 TV가 이를 모방한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스타들의 은밀한 반응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에 힘입어 대부분 성공을 거뒀다.

호기심유발 경쟁속에 명멸해 간 많은 프로그램중 백미로 꼽히는 것은 ‘언더커버 보스(Undercover Boss)’다. 기업의 CEO가 변장을 하고 자신의 회사에 몰래 침입(?)해 사원들의 밑바닥 정서를 탐문하는 것으로, 몰래카메라의 진화로 평가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몰랐던 직원들의 애환을 직접 들은 CEO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승진과 건강, 가족문제까지 해결하는 아름다운 결말로 공익성까지 겸비했다는 찬사를 들었다.

그러나 언더커버 보스를 비롯한 모든 몰래카메라는 장수하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우선 대중들의 관음증을 자극하고 유발하며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몰래카메라는 곧 소재의 한계는 느꼈다. 더욱 난감한 것은 갈수록 높은 수위의 자극을 요구하는 대중적 욕구를 공공방송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다. 여기에 몰래카메라에 당한 스타들의 인격권 침해 시비는 물론 억지성 소재는 채널을 돌리게 했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몰래카메라’가 사라졌지만 관음적 자극을 원하는 대중들의 욕망은 ‘몰카’라는 사생아를 만들어냈다. 관음증과 상업성이 결합한 몰카는 대부분의 성인 사이트에서 주요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허가받은 혹은 합법적인’ 연출의 테두리를 벗어나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어제는 지하철, 해수욕장, 백화점, 대학교 등에서 여성의 은밀한 부위 등을 찍어 인터넷에 유포시킨 범인들이 붙잡혔다. 잡힌 범인들은 얼굴에 깊은 칼자국도 없고, 흉포한 조직폭력배도 아닌 우리와 친밀한 목사님, 공무원, 나라를 지키는 국군 장교, 미래 한국을 책임질 대학원생 등이어서 충격이다. 이들 30여명이 유포시킨 사진은 무려 45만장이 넘고, 사진 가운데는 어린이나 청소년의 나체사진도 포함돼 심각성을 더했다.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망 가운데 하나가 남의 사생활을 은밀히 들여다보고 싶은 관음증이라고 한다. 인간만이 보유했다는 관음증이 수많은 범죄를 양산하고 있으며 또다른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 사회도 개인과 같아 스스로 정신건강에 유의하지 않으면 새로운 질병을 얻게 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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