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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최성복"총칼보다 더 무서운 유전자원"

 

지난 3월 전북 남원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시험장에서는 칠순을 훨씬 넘긴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익숙하지 않은 발표를 하면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1960∼70년대 우리 고향마당 한 켠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지역의 순수 재래닭을 보존, 복원하기 위해 청춘을 바친 분들이었다.

이들은 20∼30년 전부터 재래닭을 찾기 위해 문화적으로 격리된 전국의 심신산천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조선시대 정선의 계군만추도에 나오는 흑갈색 재래닭을 30년을 걸쳐 복원했다고 자부한 강원도 횡성 김찬호(79) 씨, 우리나라 긴꼬리닭을 복원하고 있는 재래닭 애호가 일산의 이희훈(70) 씨, 동의보감 본초강목에 나오는 조선 중부지방의 닭을 복원했다고 자신하고 있는 파주 홍승갑(76) 씨 등이다. 이들은 고 문헌과 그림

 

에 나오는 닭에 대한 외모적인 특징과 전통지식을 바탕으로 순수에 가까운 재래닭들을 수집하고 복원하기 위해 계대를 이어 교배, 선발, 도태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청춘을 다 바친 우리나라 재래닭 보존의 산 증인들이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일부 재래닭 종자를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을 외국 종자에 점령당한 지 오래됐다. 제주도의 순수 똥 돼지가 사라졌으며, 연간 수천 마리의 돼지 종자도 외국에서 돈을 주고 사 오고 있다. 수 세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나라의 기후와 풍토에 토착화되기는 했지만, 홀스타인 젖소는 원래 우리나라 종자는 아니다. 그 자체가 외국종이다. 다행히 한우 누렁이는 수천년 우리민족과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고유종으로 분류되며, 털색이 호반으로 줄무늬가 있는 칡소 또한 우리 고유의 소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같이 많은 우리고유의 재래가축은 경제성과 산업화를 앞세운 외국종과 개량종에 밀려 설 자리를 내 줬다.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재래 가축유전자원의 순수함과 고유함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게 됐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천만 내지 3천만 종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연자원의 과도한 개발과 공해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육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생물종의 균일화 때문에 개량품종이 지역의 재래품종들을 대체하게 됨으로써 지역의 생물 다양성이 감소해 향후 30∼40년 이내에 세계 생물종의 4분의 1이 멸종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고유 유전자원은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주요한 자원이 될 뿐 아니라 생명산업의 원료가 된다. 최근 생명(BT)산업과 더불어 정보(IT)산업의 융 복합이 첨단산업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생명공학기술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1차 산업의 소재로만 여겨졌던 유전자원에 대한 가치가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로 재조명되고 있는 이유이다. 과거의 정복자들은 총칼로 황금을 빼앗아 갔지만, 현재의 정복자들은 황금으로 유전자원을 빼앗아 간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유전자원 이용국들은 유전자원 보유국들의 유전자원들을 이용해 신약, 신물질, 의약품들을 만들어 자국의 특허로 등록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생물해적행위로 인해 자원의 원 보유국들과 유전자원에 대한 권리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유전자원 중 보유국의 자원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자국의 재래종 혹은 고유종 유전자원이다. FAO의 ‘식량농업 분야 유전자원 국제조약’규정과 CBD 협약에 포함돼 있는 유전자원에 대한 국가 주권은 자국의 고유한 자원인 재래종과 토착자생종에 한정된다 할 수 있다.

재래유전자원의 국가 주권은 자원 이용에 대한 로얄티나 접근과 이익공유 계약을 요구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유전자원에 근거한 자국의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한다. 재래유전자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자원이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가지고 의약품, 식품, 신소재 등을 개발할 경우 자원제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PIT) 그 이익을 나눠 가져야 하는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고(2010년 10월), 발효가 목전으로 다가오며 해외생물자원을 이용하고 있는 많은 국내기업들의 로열티 비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식량전쟁과 맞물려 21세기 가장 큰 힘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종자전쟁의 시대! 해외의 생물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신품종 개발과 보급, 그리고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종에 대한 보존과 활용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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