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 살기 겁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길거리를 걷다가 어느순간에 어떻게 당할지 모르는 불안속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그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면 몸서리쳐진다.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복판에서 김모(30)씨가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전 직장동료와 행인들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날에는 수원에서 전과자 강모(39)씨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그 전 날에는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 전과자가 가정집에 들어가 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했고, 앞서 18일엔 지하철 의정부역에서 유모(39)씨가 커터 칼을 휘둘러 8명에게 중경상을 입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울산과 인천에서도 이른바 ‘묻지마 폭행’은 잇따랐다. 이런 식이라면 그 누구도 ‘나는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서울과 수원에서 벌어진 두 참극 사건의 범인들 모두 성범죄 전과자였다. 광진구 사건의 범인 서모(42)씨는 2004년 서울의 한 옥탑방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년6개월간 복역하고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하는 등 강간 전과만 3범이다. 수원 사건의 범인 강모(38)씨도 2005년 특수강간 등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군산교도소에서 복역한뒤 지난달 9일 출소한 전과 11범이다. 정부 여당은 얼마전 성범죄 근절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채 한 달도 안돼 성범죄 전과자들이 성폭행을 시도하다 인명 살상까지 서슴지 않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벌어진 것이다.
특히 ‘묻지마 범죄’의 범인들은 예외없이 사회적 외톨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의정부역 흉기난동의 범인 유씨는 친구도 일정한 주거지도,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도 없이 고립된 삶을 살아왔다. 전자발찌를 찬 채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는 26년전부터 가족과 연락을 끊고 교도소를 드나들며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 김씨 역시 직장을 잃은뒤 고시원에서 외롭게 살아오다 범행을 저질렀다.
끔찍한 ‘묻지마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적인 관리와 대응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도대체 우리 사회에 은둔형 외톨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 체계적인 조사부터 실시해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심리테스트나 정신과 검진을 받도록 하는 것도 적극 검토할 일이다. 또 언제 어디서 범죄가 일어나더라도 신속히 출동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범행을 즉각 제압할 수 있도록 경찰과 응급 의료체계도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