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행궁 아래쪽으로는 공방거리와 ‘맛촌’이 형성돼 있다. 수원시와 이곳 주민들은 수원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마을만들기사업을 통해 명소로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이 골목을 찾는다. 이 거리의 음식점 주인들이 연극무대에 섰다. 지난 26일 밤 11시쯤 자신들의 영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행궁동 맛촌사람들’이라는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비록 전문연극배우들은 아니고 갈비집·중국집·떡까페·김밥집 주인과 인근 주민,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로 이뤄진 공연이었지만, 공연장소도 우물 옆 작은 공간이었지만 큰 박수를 받았다.
연출은 극단 성에서 배우로 활약했던 표수훈 씨가 맡았다. 바쁜 영업시간 틈틈이 모여 한달 남짓 연습을 했다. 연극 연습을 하면서 정을 더욱 도탑게 다졌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무대였으므로 가족간의 사랑도 배가됐을 것이다. 이 공연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행사인 ‘시민공동체 연극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시민공동체연극축제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종료일인 9월 2일까지 학교 강당, KBS아트홀, 대승원 마당, 수원체육문화센터, 제2야외음악당, 청소년문화센터, 중·고등학교 강당 등에서 열린다. 참가팀도 초·중·고등학교 연극반, 상인들, 장애인극단, 회사 연극동아리, 여성극단, 대학동아리, 주민극단 등 다채롭다.
행사 첫날인 26일 열린 ‘행궁동 맛촌 사람들’ 공연을 보면서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나가야할 방향을 생각하게 됐다. 외국이나 국내의 수준 있는 극단을 초청해서 공연하는 것은 연극제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앞으로 수원이 연극의 도시로 발전하고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수원을 찾아오게 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원시민들이 연극에 대한 관심을 갖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만의 행사’를 벗어나 이 연극제의 구호처럼 ‘시민낙락(市民樂樂)’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996년에 시작돼 올해로 16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연극제에는 프랑스, 호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해외 작품 6편과 국내 작품 11편, 시민극단이 참여하는 시민공동체 연극 13편 등이 공연된다. 이와 함께 시민공동체연극 워크숍, 축제 사랑방 등 다양한 시민 참여형 이벤트도 진행돼 볼거리가 풍성하다. 수원문화재단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이 행사가 관람객들에게 재미와 참여의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하며 성공리에 마무리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