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2월 인도네시아를 덮쳤던 쓰나미는 아직도 생생하다. 23만명의 인명이 희생된 쓰나미는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자연 앞에 무력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쓰나미가 지나고 엄청난 자연재해를 더듬던 관계자들에게 특이한 사실이 하나 발견됐다. 쓰나미가 들이닥친 지역의 인근에 위치한 시메울루 섬에는 희생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조사결과 시메울루 섬의 사람들은 과거 1907년에 일어난 대형 쓰나미에 대한 기억을 민화(民畵)와 구전(口傳)으로 대대로 전해오고 있었다. 민화와 구전은 한결같이 사람들이 지진을 체감한 후 바닷물이 밀려가면 물고기를 잡지 말고 곧바로 언덕을 향해 달리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 이같은 전통이 몸에 벤 시메울루 섬사람들은 지진이 일어나자 무작정 언덕 등의 높은 곳을 향해 뛰었고 쓰나미가 도착하기 전에 모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었다.
이런 무의식적 생존능력에 주목한 이는 ‘카이한 크리펜도프’다. 세계적 분석기관인 매킨지출신인 크리펜도프는 현대에도 잘나가는 기업의 창업주나 CEO들은 이같은 본능적 능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의 최신작인 ‘아웃씽커스(Outthinkers)’에서 이런 비범한 본능을 지닌 사람들을 통해 기업과 조직원의 ‘생존과 명멸’을 추적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월마트, 애플, 구글 등이 지금 빛을 발하고 있으나 별과 같이 사그라질 때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공이 주는 안락함에 함몰되거나 향유하려는 의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빛을 잃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경고를 깔고 있다. 크리펜도프가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스티브 잡스 역시 이러한 본능의 소유자로 여겨진다. 잡스의 성공스토리 가운데 정상에 선 이후 강조한 도전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잡스는 애플이라는 조직을 팔딱팔딱 뛰는 신선함을 유지되도록 회사를 놀이터로 만들었고 일반 기업들의 근무행태인 ‘9to 5’를 해체시켰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또 ‘아웃씽커스’는 왜 모토롤라와 코닥은 사그라들고, 구글과 페이스북은 차고 오르는지를 ‘알려진’ 접근법이 아닌 새로운 시각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조언한다.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라. 자기만의 규칙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들라”. 고금을 통해 위인들은 세상의 규칙을 넘어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으로 세상을 끌어들였다. 범인(凡人)들은 새로움에 생경해 하고 비웃다가 마지막이 돼서야 튀는 위인의 숭배자가 되는 것은 아닐까. 기업이나 개인이나 시대를 읽는 통찰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