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시집와서/스물둘에 아들 낳고/육남매 잘 키웠네/예순 셋에 할아버지 보내고/지금은 후회없지만/돌아보니 대견하네
<아흔하나>란 길인희 할머니의 시(詩)다. 제목에서 보듯 아흔하나의 세월을 뒤돌아 보듯 싯귀 한줄 한줄이 심금을 울린다. 이천에서 열린 ‘주민자치평생학습축제’의 한 프로그램인 문해교육 시화전에 출품된 작품으로 한글교실에서 늦은 연세에 한글을 익히고 시를 직접 지어 시화전에 출품해 전시를 했다. 특히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상’까지 받는 영예를 얻었다니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한글을 익히지 못한 어려운 터널을 지나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하는 촌노(村老)의 대변신은 평생학습이 낳은 산물임에는 틀림없다. 문학지에 등단을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작품을 접하니 존경심과 함께 평생학습의 중요성이 절로 실감이 난다. ‘인생은 100세 시대’라는 말을 학교교육에만 의지하며 무게 중심을 둔다면 평생학습이라는 교육은 뚜렷이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학교교육의 기본틀에서 벗어나 평생을 살아가면서 익혀야 할 교육적 소양을 몸소 체험하는 학습이야말로 시대적 소명이 아닐까 한다.
개인별 소득수준의 향상, 여가 시간의 증가, 개인의 자아실현과 질 높은 삶에 대한 욕구 등등으로 평생교육을 사전적 의미를 부여하며 굳이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이미 우리는 평생교육에 익숙해졌고, 평생교육의 길을 걸어 가고 있다. 이천시는 이미 2004년도에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됐고, 14개 읍·면·동에 평생교육사를 배치하는 등 전국적인 관심과 주목을 받으며 평생학습도시의 선두적인 위치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여덟 번째로 열린 이번 축제를 지켜보며 평생학습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초두에 꺼낸 길인희 할머니의 시가 아니더라도 머리카락이 허연 노인들이 악기를 다루고 댄스를 추며 행복한 미소를 띠는 모습은 과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인 성장의 틀에서 우리는 자신을 뒤돌아 보지도 못한 채 생활에만 쫒기듯이 살아왔다. 논에서, 밭에서 농사일만 열심히 하며 살아온 우리의 이웃들이 언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고 전시작품을 만들며 행복해 했었던가. 자녀를 키우고, 가삿일만 하던 우리의 엄마들이 스스로 배우고 익혀 학습자에게 교육을 시키는 강사로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이제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학습을 통해 삶의 윤택함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다.
‘평생학습 도시’로 성장하는 이천시
주민자치위원장과 면장이 주민들과 무대에 올라 ‘우리마을 자랑하기’ 퍼포먼스를 함께하는 자리를 보며, 평생학습을 통한 주민화합이 공동체 의식의 긍정성과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또한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주민자치센터, 동아리별로 펼쳐지는 체험과 공연, 전시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는 역동성 넘치는 활기찬 도시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한 도시의 성장은 경제력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문화예술의 도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이천시야말로 문화와 예술이 함께 어우러지는 평생학습을 통해 도시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아니 이천시는 이미 거듭 성장하고 있다. 축제 기간중에 아내가 일반 기타보다 작은 ‘우쿠렐라’라는 악기를 어깨에 메고는 기분이 들뜬 채로 들어왔다. 하와이에서 널리 사용하는 4줄 악기인데 보기에도 아내 만큼이나 깜직하게(?) 생겼다. 무슨일인가 물었더니 우쿠렐라 연주하는 학습자들을 봤더니 너무나 행복해 보여 수요일마다 배울 작정으로 장만했단다.
‘곰세마리’ 악보를 챙기고는 연실 튕겨 보면서 연말쯤 독주실력을 보여 주겠다며 장담을 한다. 잘 맞지 않는 가락이지만 아이들 앞에서 연주자로서의 폼(?)을 잡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기대가 되기도 한다. 필자도 함께 연주할 악기를 하나쯤 배워볼까 하는 욕심이 절로 든다. 평생학습을 통해 함께 행복을 찾는 평생의 여행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