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은 위계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 유럽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Ulrich Beck)이 현대를 ‘위험사회’로 규정하며 한 말이다.
과거 계급사회에의 가장 큰 위험요소 중 하나는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빈곤이었지만 현대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됐다. 하지만 성찰과 반성 없이 발전한 기술은 빈곤을 벗어나는 대신 부와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에 공평하게 보편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몰고 왔다.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사고가 발생한다면 탑승객뿐 아니라 추락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치명적이다. 현대사회의 위험은 빈부나 계급과도 상관없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빠른 경제성장을 일궈냈지만, 성장위주의 정책과 성수대교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같은 대형 사고의 반복적인 발생으로 국민들이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게된 듯해 사회적 위험도는 더욱 높아졌다. 대형사고 발생 후 얼마동안만 국민적 관심을 끌다 잊히고 또다시 발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화재통계를 보면 화재발생원인 중 부주의가 46%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대형 사고나 재난 뉴스에선 ‘인재가 피해를 키웠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아나운서의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는 사고의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3천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경북 구미 불산 유출사고도 현행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더 이상의 후진적 대형재난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재난의 위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물질적 풍요와 성장만이 아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나는 위험물을 다루는 직업이 아니다. 여기는 위험할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위에서 예로 제시한 비행기 추락사고의 경우 추락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지할 수 있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작은 안전수칙부터 실천해 사회전체에 안전을 우선하는 의식이 퍼져나가 사고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