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우울하고 눈물 나는 뉴스를 접했다. 서울에 사는 78세 노인이 치매를 앓는 74세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소식이다. 이모 노인은 치매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는 부인의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 관계자에게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며 투신하려 했으나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의하면 이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로, 치매아내를 2년 전부터 24시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왔다는 것이 아들의 진술이다. 그러나 치매아내 돌보기에 지쳐 몇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는 시도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매라는 질환의 문제점이 있다. 가족으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혹한 질환이 ‘노망’이라고도 불리는 치매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치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2011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라고 한다. 현재 도내 노인 치매 환자는 12만9천 명이나 된다. 이는 전국 치매노인의 27%에 달하는 것이다.
치매는 대뇌 신경세포의 손상 등으로 지능·의지·기억 등 정신적인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정상적인 정신능력을 잃어버린 상태의 질환이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이 매우 단조롭게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나라 생활환경 하에서는 미처 발견되지 않을 수 있어 보다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중증 치매로의 진행이 늦어진다는 최근의 연구들도 있다. 치매 환자 부양가족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산다. 치매는 나의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다. 우리 가족과 사회의 일이다.
치매는 우리 사회, 특히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최대의 숙제인 것이다. 본인이나 가족들도 치매를 감추는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직접적인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분당차병원 신경과 김현숙 교수는 조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와 광역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도내 치매노인의 12%만이 전문요원의 관리를 받고 있는 등 대부분의 치매 노인들은 치매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료 조기치료 시설과 최저비용의 중증치매환자 요양시설은 반드시 설립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