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빚을 내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에서 퇴사하면 직업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못한 우리의 상황에서 자영업이 활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자영업자들이 현상유지는커녕 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뚜렷한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금융연구원이 30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 분석 자료는 자영업이 우리사회의 뇌관으로 지적됐다. 잘 팔리기도 하지만 ‘한 건물에 통닭집만 5곳’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자영업자의 과다 집중배출 현상은 자연적인 시장 형성에 역행해 왔다. 빚내어 시작한 자영업이 새로운 가계부채 문제를 추가해 자칫 우리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폭탄으로 떠올랐다.
자영업자 대출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지난 3월 현재 350조 원으로 추산된다. 1년 새 29조 원 늘었다. 개인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가 분류한 자영업자 7만2천 명 가운데 4만8천 명은 부채를 갖고 있다. 1인당 평균 9천700만 원씩 빚을 진 셈이다. 자영업자 부채의 문제는 무엇보다 고금리 대출이 많다는 점이다. 자영업자 대출에서 제2금융권의 비중은 3년 연속 커져 최근 44%에 달했다.
자영업자 가운데 60대 이상 고령층 비중은 2009년 8월 10.6%에서 올해 8월 13.5%로 커졌다. 50대 자영업자도 29.5%에서 33.6%로 급증했다. 이들 베이비부머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금은 1억 원을 넘는다. 1인당 6천만~8천만 원의 빚을 진 30~40대 자영업자보다 사정이 더 어렵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부동산 쏠림 현상, 자영업자 급증, 소득 분배의 불균형 등이 겹쳐 나타난 ‘복합골절’이다. 저소득층은 다중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 이들이 가장 먼저 쓰러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가 57만 가구로 파악됐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316만 명이다. 저소득층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저소득 다중채무자는 최근 더욱 급증했다. 추석을 거쳐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영업자들은 경기가 더 나빠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달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대출금 상환을 맞추기는커녕 집세조차 마련할 길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에게 희망을 줄 묘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