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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이성옥"희망의 골목을 위하여 (3)"

 

나는 요즘 해질녘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엊그제 퇴근 무렵, 숨을 몰아쉬며 6개월 된 아이를 포대에 안고 사무실에 들어온 30대 중반의 아주머니 때문이다.

이 아주머니는 말문을 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하셨다. 나는 무척이나 긴장되고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가로막고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느냐고 묻지를 못했다.

사연인즉, 자신의 일상생활 중에 모르는 사람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까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병원에 가도 복도에 서성거리고, 길을 걸어갈 때도 뒤쫓아 온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은 ‘스토커에게 시달리고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자신의 사정을 남편이나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얘기를 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그냥 모른 척 하라며 지나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요청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듣고 나니 그 아주머니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보통의 때보단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 분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2시간 이상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진실인데 남들은 거짓이라고 한다. 누구에게 얘기를 하여야 가슴속이 좀 후련할까?

요즈음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말 받아주기를 진정으로 원하는 사람, 오직 한 사람, 또는 소수의 몇 명이 있을 뿐이다. 나는 그들이 경찰관이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 대상을 찾지 못하거나 찾았더라도 마음속이 시원하게 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은 느낀다고 한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보면 말 못해서, 말 들어주지 않아서… 분노하고, 억울하다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까지 세밀하게 느끼고 진정 자신의 일처럼 사람들을 대할 때, 희망을 잃고 하소연 할 곳 없는 사회적·정신적 약자들의 든든한 이웃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해질녘 나타난 그 아주머니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염없이 울면서 찾아온 경찰서를 나서며, 아기 포대를 주섬주섬 챙기면서 나에게 하던 말, ‘내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감사합니다….’ 이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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