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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팔만대장경만큼 치안인프라 구축

 

팔만대장경은 고려 국민들이 조정을 신뢰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국민과 경찰이 서로 신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을나무들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본다. 출근길 내 시선에서 보는 겨울 초입의 단풍들이 희미해진다. 아마도 한 해가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듯하다. 아직 빛바랜 이파리들이 많이 걸려있는 나무들에 비해 추위는 왔다갔다 체온을 엄습하고 있다.

어느 시인은 “나무는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20도 지상에서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를 쳐들고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겨울을 이겨낸다고 하였다. 또 ‘온 혼으로 애타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밀고 간다.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겨울나무에서 봄나무가 된다고 했다.

아직 가을인가 아니면 겨울인가…. 흔적 없이 빠진 머리카락과 죽어가는 세포를 보면서 나무들의 고통이란 겨울을 생각하는 만큼 현장 경찰관들의 거리의 모습들이 연상되는 아침이다.

최근 성폭행 사건 등 여러 사건이 벌어지자 온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리고 언론과 국회 등 온 나라 온 국민이 경찰을 주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찰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경찰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온 나라가 원나라의 침략을 받아 위기에 처했던 고려 말, 조정은 위기를 극복하고자 팔만대장경을 만들었다. 1251년에 완성된 이 대장경은 필체가 아름답고 8만 장이 넘는 판본에서 오자가 없는 등, 그것을 만드는 데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요구되었다. 이 팔만대장경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목판이 8만1천258장(문화재청에서 밝힌 공식 숫자)이며, 전체의 무게가 무려 280t에 이른다. 경판의 한 장 두께는 4cm인데, 8만1천258장을 전부 쌓으면 그 높이는 3천200m로 백두산(2천744m)보다 높다.

결과적으로 팔만대장경은 고려 국민들이 조정을 신뢰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민심을 하나로 통일하려는 조정의 뜻을 국민 모두가 믿고 지지해 주었기 때문에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에는 팔만대장경만큼이나 꼭 필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치안인프라 구축’이다.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사고는 예방하기가 용이치 않으나, 상습?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강력사건은 치안인프라만 제대로 구축되면 반드시 예방할 수 있다. 이 치안인프라는 문자 및 무전을 통한 전체 경찰서에 동시지령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실제로 이 치안인프라가 구축되어 사건사고는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장비와 인력, 예산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경찰관들이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실질적인 검문·검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인권 침해 우려 때문에 적재적소에서 검문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범죄예방을 위해 범죄우발특별지역인 공가와 폐가, 공원이나 놀이터, 인적이 드문 취약한 집 등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검문·검색이 원활히 이루어지려면 고려 조정을 믿어주었던 고려 국민들처럼,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필요하다. 흉기소지자나 수배자 등 범죄 혐의의 느낌이 있을 때 경찰은 육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범죄예방에 대한 경찰의 전문성을 믿어주길 바란다.

한편, 우리 경찰은 국민의 협조를 무시한 채 무차별적 검문은 지양해야 한다. 인권 침해 소지가 없도록 경찰의 불심검문은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검문 시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서로 신뢰하는 국민과 경찰의 관계가 형성되면 부족한 인력과 장비, 예산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경찰은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장군의 모습처럼 크고 작은 일에 늘 경찰이 있어 사회는 안전하다. 세상을 드러낸 나무들의 고통처럼 국민 속에 서 있는 경찰의 추위와 바람은 신뢰와 연결된다.

춥다는 체온에 시 한 편이 떠오른다. “오누이들의/정다운 얘기에/어느 집 질화로엔/밤알이 토실토실 익겠다/…/바깥엔 연방 눈이 내리고/오늘밤처럼 눈이 내리고”(‘눈 오는 밤에’) 그러고 보니 이 아침 고통 속에 침묵한 낙엽들이 내 체온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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