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평생 동안 좀처럼 보기 힘든 좋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의 큰 목수인 대목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시회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한·중·일 전통목조건축 대목장(大木匠)의 세계’ 기획전이 그것이다. 대목장은 궁궐이나 사찰 또는 큰 집을 지을 때는 참여하는 목수들 가운데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감독하는 총책임자다. 대목장은 목재 구입부터 건축 설계, 공사를 하는 동안 감독하고 관리하는 일까지 전 과정을 주관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국가에서도 우대를 받았다.
지금도 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로 기능이 전수되고 있다. 지난 10월 24일부터 2013년 1월 3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는 국립박물관 정도에서도 쉽게 개최하기 힘든 특별한 전시회다. 우선 이런 전시회를 기획한 수원화성박물관의 능력을 높이 사고 싶다. 그리고 보다 많은 이들이 수원화성박물관을 찾아 목조건축물의 기법이 우수한 세 나라의 전통을 공부하고 비교해 보기를 권한다. 언뜻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삼국의 목조건축물 세계는 참 흥미롭다. 한국의 건축물이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한다면, 중국은 주변을 압도하는 미를, 일본은 섬세함을 보인다. 한국과 중국의 목조건축은 주로 적송(赤松)이지만, 일본은 편백나무다.
이번에 참가하는 3국 대표 대목장들은 한국의 신응수(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와 중국 이영혁(자금성 고건수선중심 주임), 일본 오가와 미츠오(이카루카공사 대표)로 명실공이 3국을 대표하는 대목장들이다. 전시장에는 대목장들의 작품과 작업 도구, 관련 역사자료 등이 전시되고 있어 흥미를 끈다. 박물관 관계자는 이 기획전이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동아시아 목조건축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밝힌다. 이번 기획전에 참가하는 한·중·일 세 나라의 대목장 역시 모두 자국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대목장 중의 대목장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대목장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수천 년 동안 이어온 대목의 기술을 보여주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신응수 대목장과 함께 화성을 돌아보게 되며 실제 건축도구 시연을 해 볼 수도 있다. 지난 3일에는 1975년 당시 수원화성 장안문 복원공사의 도편수를 맡았던 신응수 대목장과 함께 하는 화성답사가 펼쳐졌다. 오는 10일에도 실시된다고 하니 ‘살아있는 지식이자 역사’인 신응수 대목장으로부터 직접 수원화성의 목조건축기법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