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앞으로 5년 동안 우리의 살림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과거의 프레임에 갇혀 한 치의 미래도 내다보지 못하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이 시점에서 후보가 내놓은 정책공약을 면밀히 따져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책이 뒷전으로 밀린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들에게 있다. 네거티브의 악령이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강 구도로 치러지고 있는 제18대 대선의 공식 선거전이 초반부터 네거티브 공방으로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후보의 동생 빌딩에 입주한 룸살롱 문제, 문 후보의 ‘고가’ 의자와 안경 논란이 네거티브의 소품으로 등장하면서 대선판의 격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 상대 후보에게 상처를 주는 단타 공격으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전략이겠지만 유권자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선거캠프와 선대위 대변인의 그릇된 충성심이 이 같은 네거티브 공방의 암실이라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선대위는 후보에 대한 과잉충성심에서 상대 진영에 십자포화를 퍼부을 수 있는 ‘화력’에 자족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후보들의 정책홍보에 열을 올려 유권자들이 국가의 미래상을 가늠해 보고, 또 국민 삶의 질이 어떻게 개선될지를 점쳐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는 전파되기 쉽다. 최근 광주, 부산, 울산, 수도권 등지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현수막이 훼손된 사건은 그런 우려를 키우는 실증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현수막 훼손을 따끔하게 야단칠 도덕적 우위를 지니기 위해선 우리의 선거문화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초당파적 과제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것은 전적으로 유권자의 몫이다. 그러나 유권자로서 후보의 자질과 도덕성, 정치철학과 정책비전, 의사결정과 소통 능력 등 국가 최고 리더십의 구성요소 전반을 면밀히 살펴보는 일은 기본이다. 여야 후보들이 내세운 정책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후보 주변의 인물들을 꼼꼼히 따져서 옥석을 가린 뒤 투표를 하는 게 그나마 ‘잘못된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선거판이 혼탁해질수록 유권자들의 판단은 이성보다는 감성의 지배를 받기 십상이다. 이제 네거티브 선거전에 열을 올렸던 정당 후보들은 음습한 선거판을 걷어치우고 비전을 제시하길 바란다. 유권자의 예리한 눈초리가 번득이고 있다. 한 번 선택이 5년을 좌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