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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두의시선]인간의 이기심을 뉘우치게 하는 영화

 

올여름 개봉된 <연가시>는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한 영화이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얼마 전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괴물>처럼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데서 오는 대중의 공포심을 다룬 영화인데, 우리에게 한 가지 소중한 교훈을 일깨우고 있다.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는 필자는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든 범죄 사건들이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다른 이의 아픔과 고통을 한 번만 더 헤아린다면 범죄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우선 생물학에서 말하는 ‘연가시’가 무엇인지 밝혀둘 필요가 있다. 다른 동물의 몸에 기생하는 연가시는 유선형동물문 연가시과에 속하는 동물이다. 물속의 유충이 일차적으로 모기유충을 감염시키거나 물가의 풀밭으로 이동한 뒤 사마귀와 메뚜기 같은 숙주곤충의 몸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가느다란 모양의 유선형 동물인 연가시는 물을 통해 곤충의 몸속에 침투했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동물의 뇌를 조종해 자살을 유도한다. 영화 <연가시>는 만약 변형 연가시가 나타난다면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연가시>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미물인 연가시에 의해 철저히 유린당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연가시는 산란을 위해 인간을 물가로 뛰어들어 죽게 만든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이 비롯된 것은 바로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다. 이 영화에는 이기심 가득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첫째, 제약회사 연구원들의 이기심이다. 한창 잘나가던 제약회사가 돈벌이가 안 되자 하루아침에 다른 회사에 넘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제약회사 연구원들은 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그래서 연가시를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모여 모의를 꾸미게 된다. 연가시에 감염된 사람들이 생기면 그것을 치료해 주는 치료약이 필요할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치료약을 개발한 제약회사의 주식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이기심이 재앙을 부른 것이다.

둘째, 동네 이장의 이기심이다. 동네 이장은 잠이 오지 않아 밤바람을 쐬다가 제약회사 연구원들이 연가시를 실험하다가 죽은 개를 버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이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개를 땅속에 묻는다. 이장이 사는 동네에는 여름이면 피서객이 몰리는 계곡이 있다. 여름 한철 장사로 재미를 보는데, 사람들에게 안 좋은 소문이 퍼지면 안 되어서 경찰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계곡을 찾았던 이들이 하나둘 사망하고, 고요한 새벽녘의 한강에는 뼈와 살가죽만 남은 참혹한 사체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연가시는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물을 통해 감염자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재혁은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다가 연가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알아내게 된다. 이 영화에서 연가시가 퍼지는 것은, 정의와 양심이 실종된 우리 사회의 그늘을 상징하는 듯하다. 욕망과 이기심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회적 병리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다른 이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고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재혁은 가족을 위해 연가시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평소에 자신이 가족에게 무관심했던 것을 반성하게 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내던진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치료약을 손에 넣게 된다. 하지만 어렵게 구한 치료약을 낯선 모녀에게 나눠준다. 그들에게서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재혁의 아내 경순은 자신 역시 연가시에 감염되어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정신적인 한계를 버텨내며 참아낸다.

주인공 재혁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낯선 이에 대한 이타심이 신의 보상을 받기라도 한 것일까. 다시 치료약을 얻게 된 재혁 가족은 비로소 재앙에서 벗어나게 된다. 결국 <연가시>는 인간이 벌레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이타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다른 이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산란과 번식만을 우선시하는 연가시와 달리 인간에게는 이타심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교훈을 밑거름 삼아 우리 주위 사람들을 대한다면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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