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17분, 옛 소련(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큰 폭발사건이 발생했다. 통칭 ‘퉁구스카 폭발사건’으로 불리며, 사람이 살지 않는 밀림지역에서 일어났지만 450km 떨어진 곳에서도 관찰되고 느껴질 정도였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한 불덩이의 공중폭발로 나무 6천만 그루 2천㎢의 숲이 황폐화됐고, 현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 방목되던 1천500마리의 순록이 타죽었다. 사건발생 20년 후 현장을 찾은 소련 과학아카데미 과학자들과 모스크바대학교 관계자들은 그 피해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만약 이러한 사건이 인간거주지역에서 일어났다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됐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시베리아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부 유럽의 지진계가 움직였고, 폭발 잔해물은 800km 밖으로 날아갔다.
현재 과학계의 다수설은 크기 60m 정도의 소규모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 후 지상 8km지점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엊그제인 11일 저녁 6시쯤에도 소행성이 지구를 스치듯 지나갔다. 과학 전문잡지인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2012 XE54’로 명칭된 지름 36m의 소행성이 지구통과 이틀 전에야 불쑥 나타나더니 달보다 가까운 거리로 아슬아슬하게 지났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접했던 지구재난영화가 현실이 될 뻔한 사건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구인의 우주관찰력 한계와 해결능력 부재에 있다.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발견한 지구 근접 혜성은 9천 개에 불과한데, 실제로는 100만 개 이상의 혜성이 지구를 가깝게 지난다는 점이다. 특히 4천700개의 소행성은 극한 위험을 느낄 정도로 지구에 근접해 통과하는데, 그 규모는 퉁구스카를 잿더미로 만든 소행성보다 큰 지름 100m급이라는 게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들 소행성 중 과학자들에게 발견되는 것은 30%에 그친다.
불편한 진실은 또 있다. ‘4179 투타티스’라는 소행성은 지름이 무려 5km에 달하는데, 현재 지구로 접근 중이며 미래 어느 시점에는 더욱 가까운 지점을 지나리라는 점이다. ‘지구 최후의 날’이 도래할 수 있다는 ‘과학적’ 자료들이다. 참고로 과학자들은 6천500만 년 전, 공룡과 지구 생명체를 멸종시킨 소행성은 지름이 10km였다고 친절히 덧붙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영화와 달리 ‘지구 최후의 날’은 느낄 틈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고, 지구인 중 누군가 알아도 말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시간들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