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스탠포드대학 정문 앞 작은 레스토랑에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중산층 가정주부를 대상으로 자산운용사에서 고객의 자산관리를 안내하는 자리였다. 함께한 사람들과 식사를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대화의 대부분이 2013년 세계경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야기는 두 가지로 나뉘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새로운 정치지도자들의 정책과 비전을 어떻게 지지하는가에 따라 경제상황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GDP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EU, 중국 그리고 일본의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세계경기의 향방을 다르게 예견하고 있다. 하나는 유로존 문제와 미국의 재정절벽, 중국의 성장둔화, 일본의 회복둔화 등 문제해결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부정적 관점이다. 이러한 경우 신흥국의 경제성장 노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재정건전화를 위한 적자축소 노력을 뛰어넘기 어려워 세계경제의 회복이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주요 4개 지역 가운데 EU를 제외한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질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전문기관의 보고를 종합하면 2013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적게는 2.7%, 많게는 3.4%로 2012년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과거의 성장률에 비해서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침체가 지속되느냐 아니면 회복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정치적 노력에 의존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별히 2013년의 경기는 단순히 경제문제를 넘어 정치적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시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재정절벽의 해결을 위한 오바마의 정치력은 재정절벽을 재정언덕 수준으로 호전시킬 수 있으며, EU 지도자들이 타협과 협력적이고 공감의 정치를 이룬다면 경제주체들의 불안 심리를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정부와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정치력과 리더십 발휘에 한계가 노출된다면 오히려 경제침체의 상황이 더욱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는 계사년의 국내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야 할 정책방향도 ‘경기활성화’를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속되는 선진국의 경기침체와 미미한 신흥국의 회복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에 먹구름과 같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원화강세를 부추기고 중국의 성장 둔화, 선진국의 보호무역 조짐은 대외무역에 우리경제의 커다란 부담이다. 그렇다고 내수시장 역시 긍정적 요소를 찾기 어렵다. 내수의 복병인 가계부채와 부동산침체는 반드시 여야가 지혜를 모아 해결해야 할 우선과제다. 만일 가계부채부실과 부동산 침체를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2013년의 내수경제는 지난 시간보다 더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작은정부를 주장하는 시장주의와 큰 정부의 개입 간 균형은 전적으로 정치철학이다. 그래서 정치를 배제한 우리경제를 말하기 어렵다. 창조적 경제를 주창한 새 정부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노력은 이러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적 정책이 요구된다. 특히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여건을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사업가와 경영자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환경의 불확실성이다. 경제주체가 신뢰하고 안정적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창업과 일자리가 생긴다.
우리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개인의 혁신과 경쟁력 있는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을 향해 나가야 한다.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는 경영을 인간 삶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예술과 철학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저변에는 혁신의 개념이 깔려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저에 혁신하는 사람들이 긍정적인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개인과 기업, 국가를 구성하는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