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자치권력 간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지방자치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체제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는지 해결 노력은커녕 원색적 상호 비방전에 돌입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 고위당직자가 개입한 증거가 있다”며 행정마비와 시민피해를 가져온 것은 다수당의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협의회도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이 시장과 민주통합당이 시민예산을 볼모로 공작정치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인신공격도 퍼부었다. 정작 분통을 터뜨려야 할 사람이 누구인데 자기들끼리 말싸움을 벌이는지 심히 유감이다.
준예산에 따른 피해는 지금 고스란히 서민의 고통으로 돌아가고 있다. 공공근로사업이 중단되고, 임대아파트 공동전기료 지원이 끊겼다.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돌아봐야 하는 저소득층이 당장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경로당 난방비와 양식 지원비도 중단됐다. 30여 년만의 추위라는 엄동설한에 노인들이 경로당 불도 못 때고 밥 한 끼 해결도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장애인단체 보조금, 청소년수련관의 인건비와 운영비도 중단됐고, 택시 버스 마을버스 유류세 보조금도 어렵게 됐다. 서민 전체가 볼모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의회 새누리당 측은 준예산 사태가 자신들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민주당 측이 합의를 깨면서 일어난 ‘시장과의 합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회 다수를 점한 측이 예산 심의 자리에 참석조차 하지 않은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시 집행부의 처사도 이상하다. 시는 6일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자치단체장의 선결처분권을 발동해 긴급한 민생지원 4개 사업 120억 원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라도 노인무료급식소, 경로당, 지역아동센터, 공공근로사업이 정상화된다니 다행이다. 그렇지만 이런 처사는 시장과 시가 알면서도 지난 1주일 서민을 볼모로 잡았다는 걸 자인한 꼴이어서 입맛이 쓰다.
지방자치의 가장 큰 의의는 주민의 삶을 스스로 돌보고 향상시키는 생활정치에 있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이 기초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겠다고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중앙정치판의 저질 싸움만 보고 배운 지방자치 하수인들의 작태에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모든 시민이 새로운 정치 못지않게 새로운 자치를 목마르게 기다린다. 그렇다면 새누리당 측은 불문곡직 7일 임시회에서 일단 새해 예산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성남시장도 마치 배짱을 부리듯 행동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깊이 머리 숙여 사죄부터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