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LV-Ⅰ(한국형우주발사체 1) 나로호가 쏘아올린 과학위성이 지난 31일 새벽 3시28분 보낸 전파 비콘(beacon) 신호가 수신됨으로써 완벽한 성공이 입증됐다.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실패 우려를 완벽히 날려 보낸 것이다.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할 쾌거다. 일각에서는 긴급한 현안까지 온통 나로호 소식에 묻히는 상황을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숙원인 우주의 꿈을 성큼 전진시키고 다방면에서 실용적 혜택을 가져오리라 기대되는 나로호 성공 의 의미까지 문제 삼지는 못할 것이다.
정부는 나로호가 성공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KSLV-Ⅱ 개발완료 시점을 2021년에서 2~3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KSLV-Ⅱ는 러시아 완제품인 1단 로켓 ‘앙가라’ 완제품을 사용한 KSLV-Ⅰ과는 달리 추진체 전체를 국내 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따라서 나로호 개발 과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자체 노력과 비용이 요구된다. 나로호만 해도 2007년 러시아와 공동개발에 착수한 이래 5천200억원이 투입되었다. 더구나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발목이 잡혀 애초 기대했던 기술이전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설령 천문학적 자원이 우주개발에 할당되더라도 국민의 꿈이 실현되고 실질적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적극 지원해 마땅하다. 그러나 이 과정이 무리 없이 추진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최근 발견된 고양의 반지하방 영양실조 세 자매처럼 복지의 사각지대가 처처에 널려 있는 처지에 한정된 국가 예산을 어떻게 지혜롭게 할당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영역이라고 해서 국민에게 직접 책임지지 않는 전문가들의 손에만 전부 맡겨 놓는 것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어긋난다.
정부와 관계 전문가들은 홍보로서 이 문제를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합의는 화려한 스펙터클과 치장된 설명으로 달성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와 전문가들은 우주 경쟁의 본질, 현재 지구적 차원의 우주 개발 노력의 실상, 평화적 우주 이용 방안 등 근본적인 문제부터 KSLV-Ⅱ의 개발과정에 대한 과학적 지식까지 일반 국민도 납득할 수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언론에 미뤄 놓을 게 아니라 직접 나서 알려주고 국민이 판단을 내리게 하는 다양한 수준의 논의 구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로호 백서’를 내놓는 일을 서둘렀으면 한다. 왜 여러 차례 실패했는지, 정치권력의 부당한 입김은 없었는지, 향후의 기술적 과제는 뭔지 등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스페이스11’ 수준을 넘어 국민이 소외되지 않는, 명실상부 진정한 우주강국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