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육연구원이 11일 대학 입학금에 관해 주목되는 조사 결과를 하나 내놓았다.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199개 대학의 입학금을 따져보니 대학 간 편차가 매우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입학금이 가장 비싼 고려대는 104만원이나 되지만, 광주가톨릭대와 인천가톨릭대는 아예 입학금이 없고, 영산선학대는 15만원이었다고 한다. 한 학기 수업료가 기본인 등록금과는 달리 입학금에 대해 제대로 아는 학생과 학부모는 거의 없다. 사회적 논의도 등록금에 집중되어 있을 뿐 입학금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
상식적으로, 입학금은 입학과 관련된 제 경비가 기본일 터이다. 입학식 및 입학식 준비와 관련 행정 경비가 산정의 주 근거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수십만원, 심지어 100만원이 넘는 입학금은 도대체 어떤 기준에 의해 산출된 것일까? 가령 입학금이 90만원인 학교의 신입생이 2천명이라 가정하면 그 대학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받는 입학금은 18억원에 이른다. 아무리 초호화판 입학식을 한다 해도 몇 번을 치르고 남을 액수다. 나머지 돈은 어디로 가는가? 입학금이란 대학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입학시켜주었다고 받는 ‘축하금’일 리도 없고, 대학 사회에 들어가기 위한 ‘입회비’도 아니다.
현행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4조 제4항엔 ‘입학금은 학생의 입학 시에 전액을 징수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입학금의 성격, 징수목적, 산정근거 기준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행 입학금은 대학 편의대로 책정해서 거두는 일종의 잡부금인 셈이다. 입학금은 대학 합격자가 첫 학기 등록금과 함께 내는 돈이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얼떨결에 내고 마는 게 보통이다. 문제는 이런 불합리하고 부당한 징수 관행이 수십 년째 거의 무비판적으로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불합리한 대학은 불합리한 인재를 낳을 수밖에 없다. 대학이 투명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진다. 몇 년 전부터 사회적 화두가 된 이른바 ‘반값등록금’이 이번 학기부터 감면, 장학금지원 등의 형식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시켜준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다. 그러나 고액 입학금 문제는 이와 별개로 부당한 관행을 고치고 대학의 투명성을 높이는 문제다.
우리의 주장은 입학금을 무조건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당연히 입학금의 내역과 산출 근거를 알 권리가 있다. 대학은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복잡한 회계 처리가 얽혀 있다면 학생과 학부모 대표들에게 사유를 소상히 밝히고 이해를 구한 다음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방도를 논의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