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외국에서 한국인들이 겪는 부당한 행위에 분노한다. 호주에서 한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이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는 소식에 격분한다. 러시아의 스킨헤드족에게 한국인이 끔찍한 범죄를 당했다는 보도에 신문을 내던진다. 인도에서 당한 한국인 관광객의 성폭행 피해에는 ‘단교(斷交)’라도 해야 할 것처럼 화를 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와 살고 있는 외국인의 불이익에는 눈을 감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백의민족’이라는 단일민족 의식이 어려서부터 주입된 탓인지 피부색깔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이 배어있다.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특히 외국인을 구별해 차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피부색이 희고, 검은 것에 대한 시선이 천양지차다. 피부색이 희면 선진국 출신이라고 예견한다. 반면 검은색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지레 짐작한다. 나아가 피부색이 흰 선진국 출신은 ‘신사숙녀’로 치부된다. 그러나 검은 피부의 외국인은 후진국 출신으로 마치 ‘예비 범죄자’라도 되는 양,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이런 우리의 편견을 비웃는 자료가 공개됐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범죄는 늘었으나 동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나 불법체류자의 범죄가 많을 거라는 우리의 예단은 잘못됐다. 2011년 등록 외국인의 10만명당 검거자 수를 국적별로 보면 몽골 7천64명, 캐나다 4천124명, 러시아 3천785명, 태국 3천634명 순으로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범죄가 많을 것으로 예단한 방글라데시(1천174명), 베트남(2천205명), 인도네시아(578명) 등은 평균치를 밑돌아 우리의 어리석은 편견을 꼬집었다.
특히 우리가 범죄의 온상으로 지목해온 불법체류자 범죄는 외국인 범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우리 시선의 교정을 요구하고 있다. 2007년 외국인 체류자 중 불법체류자는 21.0%를 차지했지만 범죄율은 13.5%에 그쳤다. 2011년에도 외국인 체류자 가운데 12.0%인 불법체류자의 범죄비율은 5.7%로 일관된 패턴을 선보였다.
물론, 살인, 마약 등으로 흉악해지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경계는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근거 없는 혐오나 차별은 없어야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