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가 지방의회 의정비 결정방식을 바꿀 방침이라니 반갑다. 매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현행 방식을 4년마다 정하는 것으로 변경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대신 해마다 공무원 봉급인상률만큼 자동 인상토록 하겠다고 한다. 의정비 결정주기 조정은 그동안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을 둘러싸고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었던 논란과 잡음을 잠재울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라 판단된다.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은 아랑곳 않고 해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던 꼴을 보지 않을 수 있게 됐으니 시원하다. 안전행정부에서 할 일은 아니나 국회의원 세비도 이런 변경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의회 의정비는 각 지자체의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도록 하는 게 기존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지역의 의회가 설문조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꼼수를 쓰는가 하면, 시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높은 인상률을 관철시키려고 무리수를 두는 일이 해마다 되풀이되곤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지방의원들이라는 부정여론이 팽배한 터에 이런 행태는 더욱 큰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모든 지방의회가 그런 건 아니다. 지난해의 경우 도내 31개 기초의회 가운데 25곳이 의정비를 동결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는 3.5% 인상안을 내놓아 비난을 자초한 끝에 1.5% 인상을 결정했고, 김포시의회는 7%(전국 4위)나 올리기도 했다.
국민들은 정치인들의 특권 지키기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대선 후보들의 정치 분야 공약에서 특권 폐지가 높은 순위를 차지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제대로 일 하는 국회, 집행부 견제에 제 몫을 다하는 지방의회의 의정비를 문제 삼을 국민은 없다. 엄밀히 말해 의정비 결정은 지방자치의 정신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인 안전행정부가 주도하여 4년 주기 결정으로 바꾼다고 하는데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고 여론의 호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와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지방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안전행정부는 현재 단체장에게 있는 지방의회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제한적으로 부여하는 방안과 지방의원 보좌 인력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지방의회의 역할과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의회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들이다. 안전행정부는 또한 기초자치단체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도 공론화할 방침이다. 넘어야 할 산이 없지 않지만 이 모든 방안이 속히 시행돼서 지방자치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