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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회자정리(會者定離)

질긴 겨울의 끝자락이 따사로운 햇발에 밀려난다. 영영 세상을 호령할 기세였던 겨울이 떠나자 스르륵 봄이 다가섰다. 이렇게 가고 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진대 사람이라고 별날까 싶다.

이럴 때 읊조리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섬세한 속살의 느낌을 대신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라고 시작하는 시(詩)는 종교적 색채를 떠나 헤어짐의 역설을 통한 만남을 이어준다. 시에 대한 전문적인 통찰이나 분석이 없어도, 그저 시어(詩語)가 주는 느낌을 따라 감정의 썰물과 밀물이 반복된다. (시는 작가의 손을 떠나면, ‘읽고, 느끼는 사람’의 몫이라고 했으니 마음껏 농단해도 양해가 되리라.)

하여튼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다니 천재적 감성을 누가 흉내 내고, 그 속내를 아노라 자랑할까. 하지만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가니 쓸쓸함은 가슴에 맺힌다. 대상이 누구든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했지만 그래도 “이별은 뜻밖의 일”이란다. 이별은 아픔이고, 눈물이며, 아쉬움이 분명하다.

그러나 헤어짐은 인생의 일부다. 의식이 생성되던 순간부터 함께했던 부모도 떠나간다. 늘 곁에 머물 것 같던 배우자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앞세운다. 평생을 함께하겠노라 맹약한 연인도 공허함을 남긴 채 뒷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자신이 평생의 업(業)으로 삼았던 자리를 비우거나 친한 이들과의 이별은 ‘티끌’같은 무게감이다.

아직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붓는 장면이다. 머리는 이해하는데, 마음은 허전하다. 생(生)을 관조하고, 이치(理致)를 깨친 이는 먹구름 뒤로 찬란한 밝음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었으리라.

‘님은 갔지마는 나의 님을 보내지 않는 것’은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나만의 영역이다. 집착은 현재형이지만 괴롭고, 추억은 과거형이지만 따뜻하다. 누구나 만나면 헤어진다. 그러니 헤어짐은 업그레이드를 위한 지우기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본다.

또 인간사의 오묘함을 누가 알까. 거자(去者)는 필반(必反)이라고 했으니 헤어짐은 만남과 동의어(同義語)일지.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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