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베이징에서도 신종 조류 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여자 어린이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철새 이동이 본격화되면서 남부에서 북부로 AI가 본격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조짐으로 들려 걱정된다. 베이징에 북상했다면 한반도까지 오는 건 시간문제다. 당연히 우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절실한 건 섣부른 예단이 아니다.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하고 민첩한 대비에 힘쓰는 일이다. 이미 우리 방역당국도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고, 봄철마다 으레 펼쳤던 AI, 구제역 대책수준 이상의 경계에 들어갔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이 신종 AI 감염 환자를 공식 인정한 이래 14일 현재 감염자 수는 46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11명이 숨졌다. H7N9이라고 명명된 이번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이한 변종이라고 한다. 조류 바이러스인데도 정작 조류에서는 저병원성이지만 인간에게 감염될 경우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사람간 전염 의심사례도 발견됐다. 그동안 상하이, 장쑤, 저장, 안후이 등 중국 남부 창장삼각주를 벗어나지 않던 감염 환자가 약 2주 만에 베이징까지 확산된 경로도 현재로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백신이 개발되려면 앞으로 6개월 정도가 걸린다 하니, 지금으로서는 확산 차단이 최선이다.
신종 AI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신속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긴밀한 국제협력 체계를 구축해 막연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불안감과 공포를 부추길까봐 상황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신종 AI 같은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는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의학적 피해보다 공포심에 의한 사회적 피해가 훨씬 크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고 예방법과 치료법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반면 불안 심리의 확산 속도가 비할 바 없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단계에서 각국 보건 당국과 관련 국제기구가 최우선 할 일은 현재 신종 AI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가감 없이 공유하고 국민들에게 알림으로써 과도하게 공포가 확산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라고 본다. 관광, 무역 등 자국의 손익 계산에 급급해서는 곤란하다.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미지수지만 동아시아 나라들이 모두 협력하는 공조체계를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국제공조와는 별개로 우리는 우리대로 초기대응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확산 첫 단계에서 어물거리다가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던 과거 사례가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