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명 중 1명이 살고 있고, 국내총생산의 5분의 1 이상을 창출하고 있는 경기도에 아직까지 고등법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경기도민들이 2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까지 왕복해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송사건 수, 인구, 관할면적, 교통사정,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경기고등법원 설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1천200만 경기도민이 헌법에 보장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사법 절차적 기본권을 침해받지 않기 위해서도 경기고법 설치는 한시가 급한 일이다.
경기고법 설치의 필요성은 법원행정처가 추산한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수원지법 관할 항소사건을 담당하게 될 경기고법을 설치하게 되면 경기고법의 관할 인구는 서울을 제외한 4개 고법 평균 600만여명보다 많은 770만여명에 달하며, 접수사건 수도 3천714건으로 대전·대구·광주고법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접수사건 수만 살펴봐도, 현재 서울고법 사건이 연간 2만5천432건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64%를 차지하며, 이는 나머지 부산·광주·대전·대구고법의 2배 가까이에 이른다.
항소업무의 지역편중으로 인해 서울고법이 만성적인 재판 적체 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로 인해 서울시민은 물론 서울고법 관할의 경기·인천·강원 주민들까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고법을 설치하여 서울고법 업무의 2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수원지법 관할 사건을 떼어간다면 서울고법 소송업무 처리의 신속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아지게 될 것은 불문가지이다. 한마디로 경기고법 설치는 경기도민은 물론 서울·인천·강원 주민들 모두에게 필요한 상생의 해법인 것이다.
경기고법의 수원 유치와 함께 현재 의정부지법 관할 항소사건은 궁극적으로 경기북부에 고등법원 원외재판부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경기도민들이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받고 법률시장의 구조적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도 경기고법 설치는 절실하다. 현재 서울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경기도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서울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있으며, 대형 로펌들이 대부분의 중요사건을 ‘싹쓸이 수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여러 가지 불합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필자는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경기고법설치법안’을 대표발의 하였으며, 현재 법안이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되어 있다. 최근 필자는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직접 찾아가 경기고등법원 설치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들로부터 긍정적 답변을 얻어낸 바 있다. 국회에서도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과 함께 ‘경기고등법원 설치를 위한 촉구 건의문’을 작성하여 동료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및 기획재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의사를 전달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서명부를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경우 필자가 앞장서서 경기·인천 출신 전원을 포함하여 총 37명의 서명을 받아냈으며, 전북 출신인 법사위 간사 이춘석 의원의 서명 동참까지 이끌어내어 그만큼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지금까지 고법 설치가 미뤄진 것은 국가기관 청사 신·증축을 위한 재원인 국유재산관리기금의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점에 기인한 측면도 컸지만, 정부 의지만 있다면 예산확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제부총리 출신으로서 필자는 최근 기재부 예산 관련 담당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여 재정적 뒷받침에 대한 원칙적인 동의를 얻어놓은 상태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경기고법과 고검 설치에 5년간 3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는 하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지들이 이미 확보된 땅이거나 국유지이기 때문에 부지매입비 1천6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초기 2년 동안은 청사 신축을 위한 건축비 600억원(연 300억원)만 확보하면 가능하다.
지금은 여야를 떠나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6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다음, 내년 정부예산안에 경기고법 관련 예산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한 번 경기고법 설치를 위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전향적 자세와 기재부의 적극적 협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