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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치]표현의 자유

 

인터넷 발달은 정보격차 해소로 대중의 수준을 높였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자유를 얻었고 표현의 자유 영역이 확대되었지만 빈번해진 권리침해 때문에 논란에 시달리는 일도 그만큼 늘게 됐다.

보수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인 ‘일베’를 둘러싸고 촉발된 ‘표현의 자유’ 논쟁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감지된다. 이번 기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명확한 잣대가 없다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백가쟁명식 조언이 줄을 잇지만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미네르바’ 사건 등에 대해 연이어 무죄를 선고했던 대법원 판결과 온라인 선거운동 규제 조항에 위헌을 결정한 헌재의 결정은 상당한 의미를 시사한다. 대법원은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한 사항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며 “공공적·사회적 사안에 있어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헌재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자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대 사법기관의 결정은 정치적 의사 표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공익’의 잣대로 재단하는 공권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국제엠네스티 측이 해마다 발표하는 대한민국 인권 점수는 여전히 박하다. 우리나라처럼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국가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리저리 그 이유를 추론할 뿐이다.

실제 이명박 정권 초기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적지 않은 희생과 비용을 초래했다.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맞은 것처럼 나라 전체가 흔들렸다는 건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이 나와 있는 마당에 누구 하나 반성하거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46명의 꽃다운 젊음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 사태도 마찬가지다. 5개국 전문가 2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2개여월의 조사기간을 거쳐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천안함 침몰 결과를 밝혀냈지만 믿으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UN을 비롯한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는데도 굳이 ‘천안함 침몰’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면서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 의중엔 분명 또 다른 목적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 후보를 시리즈로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내용으로) 비방하던 각종 패러디물은 또 어땠는가. 예술이라는 허울로 법망을 피해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던 당사자와 야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것 역시 ‘표현의 자유’였고, 팝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한 여성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지명도도 올리는 일타쌍피의 가공할 홍보전략으로 세인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발언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 된다”며 일베에 운영금지 가처분신청이나 집단불매운동 등으로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발언은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댄 이중 잣대로 편협한 상황인식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결국 ‘내가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더 큰 실망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압박했던 자신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조차 하지 못한 사실이다. 상대진영을 논리보다 권위로 통제하려는 허영심이 가져온 불운이었을 것이다. 차라리 그들의 주장처럼 집단적 지성의 자정효과를 기대했다면 어땠을까?

“전 인류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고 한 사람만이 그것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킬 권리가 없다.” 존 스튜어트 밀의 충고를 조금 더 깊이 천착했더라면 어땠을까? 돌아보면 역사는 늘 그렇게 아쉬움 투성이인 상태에서 미완으로 끝나곤 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표현의 자유가 정착되길 바라는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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