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스타플레이어, 스타크래프트, 스포츠스타, 슈퍼스타, 무비스타 등 스타가 접두사나 접미사로 들어가는 낱말은 많다. 요즈음 인기 연예인을 스타라 부르고, 최고의 기록이나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를 스포츠스타라 부른다. 군대에서도 장군이 되면 별 계급장을 달게 되고 모두들 우러러본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쉽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인기스타나 장군들도 쉽게 되기는 어렵고 희소성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고 뭇사람의 우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스타가 들어가는 많은 단어 가운데 스타트리뷰트만큼 생소하면서도 숭고한 뜻을 지닌 단어를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가평군에서는 해마다 영연방국가 한국참전용사 수백명이 무거운 늙은 몸을 이끌고 순례의 길에 오른다. 북한군의 남침으로 야기된 6·25전쟁 때 전쟁승패의 흐름을 바꿀 만큼 치른 가평군 북면 화악산 기슭, 목동리, 이곡리, 그리고 가평천 주변에는 수만명의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한국군과 함께 전사한 영연방 참전용사들의 넋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24일에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가 한국전 참전용사 수백명이 군을 방문해 영연방 참전비, 캐나다군 참전비, 그리고 호주와 뉴질랜드 참전비 앞에 참배하고 진혼곡을 올리고 돌아갔다.
이러한 영연방 참전용사 참배식 가운데 나의 뇌리에 가장 인상 깊게 기억되는 것은 연전에 빅터 도미넬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보훈처장관이 역사학자와 호주군 한국전 참전용사들과 함께 안작장학금 수혜자인 시드니 중·고등학생 15명을 대동하고 호주군 한국전 참전기념비 앞에서 거행한 참배식 광경이었다.그러나 그날 특이한 것을 행사 마지막에 호주에서 온 남녀 학생대표가 스타트리뷰트를 화장한 재를 호주군 한국전 참전비 주변에 뿌리는 의식을 수행했다. 흰 보자기에 싼 정육면체의 조그만 박스에서 알라딘의 램프 같은 용기를 꺼내고는 남녀 학생대표는 참전비 주변에 아주 엄숙하게 조금씩 용기에서 재를 꺼내 뿌렸다. 난 호주군 한국전 참전용사 한분이 최근에 작고해 그 시신을 화장해 호주에서 봉송해와 그 재를 뿌리는 줄 알았다. 주변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200여명의 우리의 참전노병들과 재향군인회원들도 나와 같이 생각하는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돌아가고 한달 정도 지나도 이러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날 사회를 맡았던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보훈처의 담당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날 뿌린 재가 참전용사의 유골이었는지? 스타트리뷰트를 화장했다고 했는데 스타트리뷰트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려 달라’고 말이다. 회신이 왔다. “스타트리뷰트는 최고(star)의 헌사(tribute)라는 뜻입니다. 또 이것은 대부분 종이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날 우리가 가평의 호주군 한국전 참전비 앞에 뿌린 스타트리뷰트는 호주 시드니 메모리얼 파크의 수많은 한국전 참전용사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나 묘비 앞에 붉은 카네이션과 같이 쌓여있던 편지, 카드, 쪽지, 메모, 기타 등등을 모아 태운 재입니다. 가족이나 친지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것이기에 무엇보다 소중하지요.”
그렇다. 스타트리뷰트가 최고의 헌사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편지나 카드를 받고 읽어야할 대상이 현재 이승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애가 타고 단장이 끊어지는지도 모른다. 북한군의 천안함 폭침으로 하루아침에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쓴 편지에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하겠는가.
공군 전투기 훈련도중 바다에 추락해 사망한 조종사의 아내가 하늘나라의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그 편지지에 얼룩진 눈물자국보다 더 최고의 헌사가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는 해맑은 아들의 모습이 다시 한번 보고 싶어서, 형은 어릴 적 같이 지내던 동생의 모습이 그리워, 소녀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오빠의 모습을 그리며 동작동과 대전 국립 현충원을 찾아 묘비 앞에 오늘도 한장의 쪽지를 남기고 간다. 스타트리뷰트, 최고의 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