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쓴 「나의 투쟁」에 대해 출판을 금지하고 있다. 법으로 나치를 찬양하는 책의 배포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짜 출금(出禁) 이유는 나치 피해자에 대한 배려다. 히틀러는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다. 그로 인해 전 세계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백만 유대인들은 그의 잘못된 역사의식과 집념으로 무고한 죽임을 당했다.
「나의 투쟁」은 이런 독재자 히틀러의 반 민주주의적 사상과 반 유대주의적 세계관을 주장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히틀러는 1919년 나치스를 조직하고 국수주의 운동을 전개하다 1923년 11월 혁명으로 수감된다. 이 책은 그때 집필한 것이다. 그리고 1945년 히틀러가 자살하고 전쟁이 끝난 뒤 바로 출금됐다. 독일은 저자의 사후 70년 뒤 저작권 보호가 종료된다는 저작권법이 있다. 따라서 오는 2015년 말 이후에는 출판이 가능하다. 하지만 독일 정부는 계속 출판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나치 치하에서 「나의 투쟁」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국민의 필독서며 나치즘의 경전으로까지 평가받았다. 발행부수도 1천만부 이상이나 됐다. 그러나 실제적인 평가는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내용이 수준이하며 지식인이 보기에 배우지 못한 사람이 쓴 글의 전형이다. 터무니없는 과장, 성급한 일반화 등 온갖 작문의 오류들을 범하고 있다. 히틀러의 광기가 뒤죽박죽으로 쓰인 글이다. 등등. 심지어 같은 독재자인 무솔리니조차 이해할 수 없고, 흥미롭지도 않으며, 한심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평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독일 국민들에게 환심을 산 이유는 무엇인가. 민족의식을 앞세워 독일 국민을 결집시키려 했던 히틀러의 정치적 계산이 당시 독일의 처지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한다. 다시 말해 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와 경제적으로 고립된 독일을 보고 히틀러가 외친 ‘순수 아리안혈통을 대표하는 게르만민족의 대제국을 건설하자’는 전쟁 외침이 먹혀들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월 자신의 생일을 기해 고위급 간부들에게 「나의 투쟁」을 선물하고 필독을 강조했다고 한다. 히틀러가 이 책을 쓴 이유를 생각하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준성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