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6 (목)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기고]새로운 희망을 보는 6월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 생각이 난다. 다니던 학교에서 6월이면 그림대회와 시, 글짓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게 6월 호국·보훈의 달인지 의미도 알지 못하면서 그 행사에 참가했던 일들이, 나이가 들면서 왜 그런 행사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리면 꼭 뿔 달린 북한의 군인들을 그리곤 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상상속의 사람들이 우리와 동일한 모습이란 사실을 성인이 돼서야 알았다는 사실이 때로는 얼굴을 화끈거리게 할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6월 호국·보훈의 달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늘 경건한 마음과 함께 숙연한 마음을 가지는 달이었다. 또 보훈가족들의 마음의 짐들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을 가지는 달이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이 얼마 전의 일이다. 하나 된 조국에서 전 민족이 같이 오래도록 살아가야 할 같은 민족이 선량한 장병들의 소중한 목숨을 너무나 모질게 전사하게 한 자들이 북쪽에 사는 같은 동포들이라니 한탄할 일이다.

내일은 6·25전쟁이 일어났던 날이다.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6·25전쟁 당시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꺼이 몸 바치신 많은 국가유공자들은 이제 대부분 고령이시다. 보훈처 근무를 하면서 6·25전쟁에 대한 아픈 상처를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난다. 6·25전쟁 당시 조국을 위해 싸우다 불구의 몸으로 평생을 살고 있는 분들,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생명을 조국을 위해 바친 분들, 그리고 단신으로 지금까지 자식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배우자들, 이제 그런 민족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했던 때를 생각해 본다. 현충일에 하얀 소복차림의 배우자분들과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함께 왔던 손녀의 모습에서 세월이 흘러감을 새삼 느꼈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날 어느 묘비 앞에서 한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서 가슴이 뭉클해졌던 기억이 지워지지 않는다. 굳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장의 참혹함이 떠오르고, 뒤에 남아 있는 유가족의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져 역사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제는 반백년이 넘게 흐르는 세월 속에 하얀 소복의 배우자들도 점점 줄어들고 60여년 전의 묘비 사이사이를 흐르던 통곡소리도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는 듯하다. 한 가지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50여년 전 아버지의 모습도 모르는 유복자가 어머니 손을 잡고 투정부리며 따라오던 어린 아이들이 어느새 환갑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6월 한 달은 더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그분들을 좀 더 생각하는 한 달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 국가보훈처에서 하는 일 중 보람을 느끼는 일이 있다면 6·25전사자의 유해발굴을 위한 노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전에 보훈업무를 하면서 유해 발굴 개토식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아직도 잊지 못할 장면이 하나 생각난다. 뼈만 남아있는 유골에 나무뿌리가 휘감고 있는 장면이다.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자라나는 세대들과 함께 그곳에 함께 참여하면 어떨까? 초·중·고·대학생들과 함께 그곳에 가서 전쟁의 흔적이 어떠한지를 함께 체험하면 어떨까?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지나간 과거를 잊지 않고,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하고 교훈을 가르쳐야하는 시대적 사명이 우리에게 있다. 국가유공자의 공헌과 희생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는 그런 조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었으면 한다. 가신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늘 진보하는 역사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것이 후손된 우리들의 몫이라 생각된다. 요즘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듯 보인다. 어떻게 좀 더 현명하게 이 위기를 헤쳐가야할지 다가오는 6·25전쟁 발발 일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이제는 그 옛날 미술시간에 그렸던 뿔 달린 북한 군인의 모습이 아니라 내 형제란 사실을 기억하면서 다시는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이 땅에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강한 나라, 글로벌 세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새로운 희망을 가진 나라로 인정받는 국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COVER STORY